'10년 인연' 안철수·금태섭, 숙명의 대결 전 '신경전'

최형창 2021. 1.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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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대선 후보와 상황실장 사이
안철수 2016년 탈당했으나 금태섭은 잔류
야권 단일화 앞두고 성사 여부 '관심'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왼쪽)와 금태섭 전 의원. 연합뉴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정치권은 어떨까. 탈당과 분당 그리고 합당 등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은 때마다 일어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절정에 이른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과거 이미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후보들도 여럿이라 이들의 오랜 인연과 엇갈린 운명도 관심사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긴 10년 인연이 새삼 눈길을 끈다. 

10년 전 대선후보와 조력자로 만났던 두 사람이 숙명의 대결을 앞두고 신경전에 들어갔다. 안 대표가 여유롭게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금 전 의원이 안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인연에서 악연으로 변한 두 사람의 관계가 향후 야권 단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금 전 의원은 8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의 10년 인연을 설명했다. 그는 “안 대표를 2012년 대선 때 도왔다. 이제 말하자면 그 2011년 소위 ‘안철수 현상’ 이후 10년이 흘렀다”며 “사실 좋은 정치를 선보일 기회도 많았고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이 그런 대의를 도왔는데 지금 보면 항상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아쉬운 것이 있다”고 말했다.
금태섭 전 의원. 연합뉴스
◆ 금태섭에게 붙은 ‘안철수의 남자’ 꼬리표

2012년 6월 15일, 금 전 의원은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서울 서대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당시는 안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정치권에서 이목이 집중되던 때였다. 금 전 의원은 안 대표의 측근으로 각인되며 안 대표 출마시 직접 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 선언한 안 대표는 그해 9월 금 전 의원을 상황실장으로 임명했다. 상황실장은 캠프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로 대선후보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후 11월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단일화 협상 중 안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한다”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안 대표는 대선 이듬해인 2013년 11월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했다. 이 때도 그의 옆엔 금 전 의원이 있었다.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의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을 출범한 안 대표는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 합당을 했고, 그렇게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 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4년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금 전 의원은 서울 동작을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당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했다. 그러자 금 전 의원은 대변인직을 내려놓고 떠났다. ‘항의성 사임’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 대표는 탈당 후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반면 금 전 의원은 민주당에 남아 서울 강서갑에서 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이 20대 국회 말미에 검찰개혁 관련 ‘소신발언’을 이어갈 때마다 친문 진영에서는 “안철수의 남자는 안철수에게 가라”고 공격했다. 안 대표와 갈라선 지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금 전 의원에겐 여전히 ‘안철수의 남자‘ 꼬리표가 붙었던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허정호 선임기자
◆ 금태섭, 안철수 향해 ‘철수 정치’ 직격탄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표결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고 기권했다가 징계를 받고 21대 총선 당 내 경선에서도 강선우 의원에게 패하자 결국 ‘민주당을 떠나며’라는 글을 남기고 지난해 10월 탈당했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각계에서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단번에 서울시장 후보군에 오르며 반전의 드라마가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유력 후보인 안 대표가 돌연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은 싫지만 국민의힘에도 마음이 가지 않는’ 중도층에게 금 전 의원은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하지만 유권자의 눈에 성향이 비슷해보이는 안 대표가 나오면서 금 전 의원의 주목도가 떨어졌다.

이 때문이었을까. 금 전 의원이 안 대표를 향한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금 전 의원은 “(안철수 현상이 나오던 시기에) 안철수 개인의 어떤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정말 안타까운 것이 있다. 이번에 그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할 때도 사실 안 대표가 무소속이 아니라 국민의당 대표신데 당 내에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알려준 게 없다”며 “국민의당이 그 선거에서 후보를 낼 때는 대표가 혼자 결심해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되는데 이번에도 하는 것을 보면 기업할 때 그 기업가적인 마인드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정치가 이제 그런 것을 떠나서 좀 바뀌고 혼자서 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혼자서 결심하고 발표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모아질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되고 그런 것을 제가 만들려고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의사, IT기업 창업, 교수 등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정치에 입문해서도 당대표로서 제3당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안 대표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자산이다. 안 대표는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도 “38석에 달하는 당도 창당해서 만들어봤고, 그런 경험은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이후엔 저밖에 없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그의 측근이었던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의 스타일이 정치에 맞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 연합뉴스
금 전 의원이 지적한 소통 부족 문제에 대해 안 대표는 2017년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인터뷰에서 “전체회의 할 때는 모두 다 참여하지만 정말 중요한 논의에는 실장급들은 빠진다”며 “그런데 금 전 의원은 실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금 전 의원의 직격이 개인적 서운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격한 셈이다. 국민의당 사무총장인 이태규 의원도 “1등 후보에 대해선 후발주자들이 다 1등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거잖나”라며 “전형적 선거 현상”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유력 주자들이 하나, 둘 출사표를 던지며 야권 단일화 전쟁은 더욱 가열되고,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의 신경전 강도 역시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 때 둘도 없던 동지에서 적으로, 그리고 승리를 위해 다시 ‘빅텐트’ 안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두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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