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 뿌릴 때 1000원씩 날아가도 행복"..니치 향수에 빠진 2030[언박싱]

색조화장품 밀어내고 백화점 '얼굴' 차지
5300억 명품 향수 시장..코로나19에도 강세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00일 정도 사용하는 50㎖ 향수, 계산해보니 한 번 뿌릴 때마다 1000원씩은 쓰는 거네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윤영(28·가명)씨의 취미는 고가 향수를 모으는 것이다. 이씨는 “화장대에 놓인 바이레도·조말론 등 니치 향수를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며 “브이로그(유튜브 등에 올리는 비디오 블로그)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보여줄 때 고가 향수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니치 향수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고공 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30대가 전체 향수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명품처럼 희소성이 높으면서도, 100만원을 넘지 않아 가방·지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주요 백화점과 패션기업은 이 점을 공략, 젊은 세대를 위한 마케팅으로 니치 향수를 활용하고 있다.

색조화장품 밀어내고 백화점 ‘얼굴’된 향수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내 향수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120%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5월 압구정본점 지하 2층에 니치 향수 전문 매장 ‘쟈뎅 드 프레그런스(Jardin de fragrance)’를 선보인 바 있다. 기존 압구정본점 지하2층에 입점해 있던 매장을 포함에 총 8개 매장이 하나의 편집숍 형태로 구성됐다.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 3층을 화장품이 아닌 향수 위주로 재단장했다. 몽블랑, 반클리프, 로에, 티파니, 디올 등 매장마다 향수를 전면 배치했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젊은 세대들이 향수를 많이 구매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화장품 구매 패턴을 분석하니 MZ(밀레니얼+Z세대를 합친 말)세대일수록 향수를 많이 사는 경향이 있어 향수를 매장 앞쪽으로 당겼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향수 전문 매장 '쟈뎅 드 프레그런스(Jardin de fragrance)' [사진제공=현대백화점]

현대 본점 향수 매출 2배 ↑…코로나19에도 강세

이러한 인기를 반영해 패션·뷰티업계에서도 고급 향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난해 니치 향수 수입을 늘리는 등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달 삼성물산이 수입·전개하는 톰브라운은 국내 최초로 향수 사업을 진행했다. 6가지 스타일로 출시된 톰브라운 향수는 디자이너 톰브라운의 생일인 ’09. 27. 65’ 숫자로 이름을 지은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2월 프랑스 초고가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EX NIHILO)와 뉴욕 감성의 니치 향수 브랜드 디에스앤더가(D.S. & DURGA)의 국내 판권을 확보하고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EAST) 1층에 나란히 매장을 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엑스니힐로는 100㎖ 한 병에 40~5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 향수로 알려져 있다.

국내 니치 향수 시장은 매년 성장하며 전체 향수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향수 시장은 2018년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5300억원, 올해는 5369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니치 향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70% 급성장하기도 했다.

이길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부문 대표이사는 “앞으로 니치 향수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신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도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