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짜리 내집 5억 받고 쫓겨날 판"..해운대 새아파트의 비극

유엄식 기자 2021. 1.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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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준공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GS건설
#2016년 6월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전용 84㎡ 분양권을 사서 내집 마련에 성공한 A씨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본인 명의로 바뀐지 4년 6개월 만에 시행사가 "분양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아파트 최근 시세는 11억원으로 최초 분양가보다 6억원 뛰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 집에 거주 중인 A씨는 최초 분양대금(약 5억원) 정도를 돌려받고 집을 비워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분양검증 실패한 시행사가 전매 피해자에 계약취소 통보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마린시티자이 시행사 '성연'은 단지 입주민 40여 명을 대상으로 주택공급계약 취소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뒤늦게 당첨자 부정청약이 밝혀진 게 화근이 됐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2016년 최고 45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자이 청약 부정당첨자 50여 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이들은 브로커와 공모해서 다자녀 특별공급 당첨을 위해 임신 진단서를 위조하거나,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허위로 혼인신고를 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브로커는 이런 방식으로 확보한 분양권에 1억원 넘는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아 약 6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당시 부산은 비규제지역으로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A씨는 분양권 거래 과정에서 부정당첨 여부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강조한다. 시행사가 검증 단계에서 밝혀내지 못한 불법청약 서류 조작을 일반인들이 계약 과정에서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는 이유에서다.

애초 분양검증을 꼼꼼히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행사는 이에 대한 사과 없이 주택법을 근거로 분양권 전매 입주자들의 퇴거를 추진하고 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자이아파트 입주민들이 최초청약인 부정당첨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를 호소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뉴스1

법률적으로 마땅한 구제책 없어…분양권 전매자들 피해 호소
관할 지자체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구제방안을 찾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조사 결과 대부분 부정청약 사실을 모르고 분양권을 산 피해자로 확인됐다"며 "시행사에 가급적 계약취소 소송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시행사가 재분양을 신청하면 불허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행사가 소송을 이어가면 법률적으로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현행 주택법에 '부정한 방법으로 분양권에 당첨되면 공급계약을 취소하고 퇴거를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지만, 불법으로 취득한 분양권 매수자에 대한 보상이나 구제책은 정하지 않았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시행사가 분양권 전매자들에게 집을 비워달라는 '명도소송'을 걸 가능성도 있다.

분양권 전매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지난해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사업주체 직원이 당첨자를 소개해주면서 문제가 없다고 해서 계약한 집"이라며 "부정 청약을 모르고 산 매수자들은 프리미엄, 시세차익, 취득세, 재산세, 기회비용 등을 찾을 수 없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뺏기는 억울한 일을 당해야 하나"고 썼다.

그러면서 "현재 제도에선 공급취소 및 재분양권을 가진 시행사가 부적격, 부정청약을 인지하고도 통보하지 않다가 유리할 때 공급취소를 해버리는 방식을 이용해서 수익을 챙길 수 있다"며 "공소시효도 없다는 데 분양권 전매로 집을 마련한 여러분의 집들도 정말 안녕하실까요"라고 토로했다.

최근 부산 아파트값이 급등해서 최초 분양가를 보전받아도 인근에 전세 구하기도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 도착, 취임식을 갖기 위해 청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토부 "계약취소 말라는 권고 공문 보내…주택법 개정은 어렵다"
국토부는 분양권 전매자들의 소명서를 검토해서 선의의 피해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행사에 "공급계약을 취소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선의의 전매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정청약 분양권을 인정하면 이를 악용한 사례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한다.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는 "부정청약 분양권을 잘못 매수해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현행 법률상 뾰족한 구제방안이 없다"며 "명도소송을 당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하며, 강제집행 비용 등 패소시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SNS 계정에 "피해자들이 집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행사 "재분양이 더 공정하다"…소송 진행할 듯
정부와 지자체의 만류에도 시행사는 일부 입주민들과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시행사 측은 “보통 아파트 불법청약은 가구 수의 1% 정도지만 이곳은 전체 258세대 중 41세대(약 15%)가 불법청약"이라며 "계약취소 및 주택환수 조치를 통해 당첨되지 못한 시민에게 재분양을 통해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고 밝혔다.

사전에 부정청약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시행사가 부적격세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청약자나 대리인에게 서류를 접수해 이에 따른 가점 계산이 정확한지를 보는 것이지, 서류 위조 여부 확인은 수사기관에서나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주택 재분양은 일반 공개매각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분양가 등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운대구가 재분양 불허 방침을 밝혀 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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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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