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코로나도 막지 못한 北 공연 정치

KBS 2021. 1. 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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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은 당 대회 뿐 아니라 새해를 맞아 열린 각종 공연에도 대규모 군중을 불러모았습니다.

야외무대 주변에는 마스크를 낀 수만 명이 몰렸고, 실내 공연에선 수십 명의 학생이 좁은 간격으로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까지 걸어잠그면서도 체제 결속을 위한 공연은 멈추지 않고 있는 건데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은 코로나도 막지 못한 북한의 공연 정치를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2020년의 마지막 날 밤 평양 시내 한복판.

자정을 앞두고 환하게 불을 밝힌 김일성광장에 노래와 함성소리가 넘쳐흘렀다.

2021년 새해를 축하하는 공연이 열린 것이다.

[北 노래 ‘설눈아 내려라’ : "설눈아 내려라 어서야 내려라. 산에도 들에도 하얗게."]

삼지연악단, 청봉악단 등 북한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참가해 흥을 돋웠고, 빠른 박자의 곡에 맞춰 선보인 현대무용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광장 안팎으로 빽빽하게 들어찬 주민들의 모습은 초특급 단계라는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무색하게 했다.

같은 날 진행된 북한 학생들의 설맞이 공연도 상황은 비슷했다.

관람석을 한 칸씩 띄어 앉긴 했지만 간격이 매우 좁았고 수십 명의 학생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무대에 함께 올랐다.

[北 노래 ‘아버지 원수님께 설인사 드려요’ : "우리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께 설인사 삼가드려요."]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규모 공연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연들이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정치 선전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위상도 강화해야 되고 체제결속도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를 함으로써 의도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고 볼 수 있죠."]

북한에서 공연 예술은 주요 통치 수단 가운데 하나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과 동시에 공연을 정치선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모란봉 악단의 탄생이다.

2012년, 어깨를 드러낸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레이저 조명 아래 전자악기를 다루며 등장한 모란봉악단.

미국의 디즈니 만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했고, 미국 영화 ‘록키’주제곡까지 연주하며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김정은 위원장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의 공연은 모란봉 악단을 중심으로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를 본격화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고,

[北 노래 ‘인민은 부르네 친근한 그 이름’ : "우러러 따르며 부르네 우리의 김정은 동지."]

김일성 일가의 혈통을 부각시키는 노래를 만들어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北 노래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2016년 개최된 제7차 당대회 자축 공연.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이 이례적인 합동 공연을 펼쳤고, 2시간이 넘는 공연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자적 위상을 부각했다.

[北 노래 ‘우리의 신념’ : "김정은 동지 따라 승리만 떨치리."]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김정은 시대에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이 음악 정치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 공연을 통해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선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직접 전달할 수 있고 또 무엇보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는 이 음악 공연만큼 또 효과적인 게 없거든요."]

북한 공연은 해를 거듭할수록 형식적인 면에서 변화를 꾀했다.

그 절정은 2019년 신년 경축 공연이었다. 북한을 대표하는 예술단원들이 총출동한 무대.

[北 노래 ‘인민의 환희’ : "우린 무엇도 두렵지 않아. 원수님 계시기에."]

노래와 율동으로 한껏 분위기를 띄우더니, 자정을 앞두고 폭죽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새해를 맞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둘! 하나! 영!"]

뒤이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드론이었다.

새로운 기술 장비를 처음으로 동원하고 공연과 새해맞이 불꽃놀이까지 결합한 공연.

마지막 무대엔 모란봉 악단이 올랐다. 관중들의 환호도 더욱 커졌다.

[北 노래 ‘사회주의 전진가’ : "우린 폭풍 치며 나간다. 사회주의 승리의 길로!"]

그야말로 북한 체제선전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공연은 정치선전 목적을 가지다 보니 해외 공연에서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15년 모란봉 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가 대표적 사례다.

모란봉 악단의 첫 해외 공연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상황.

["이번 공연하시면서 어떤 어떤 노래 부르실 거예요?"]

[모란봉악단 단원 :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공연 오십시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우상화를 담은 공연 내용에 중국 측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모란봉악단은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귀국길에 올랐다.

그런데도 북한 내부에서 공연은 여전히 중요한 정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신년 공연도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체제를 결속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위원장 자신도 경제 정책 실패를 자인한 만큼 내부 단속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설맞이 공연에서 북한의 학생 소년들이 60년 전 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를 열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北 노래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우리는 모두 다 친형제. 세상에 부럼 없어라."]

그러나 이번 2021년 신년 경축 공연에선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강동완/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 : "최근 3년의 공연을 분석해보면 아마 이번 공연이 가장 규모가 작고 축소된 걸로 볼 수가 있습니다. 이전 공연에서는 화려한 드론 쇼나 또 레이저쇼와 같이 무대도 매우 컸던 반면에 이번에는 그러한 부수적인 거는 없었고 일부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하는 정도의 공연으로 막을 내렸는데요 그건 그만큼 코로나 이후에 북한의 경제 상황이나 내부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관중들의 모습이다.

지난 2년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공연을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반면,올해는 주민들 노출이 현저히 줄었고 특히 어린이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북한 주민들의 피로감을 줄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지난해 당 창건 열병식 이후에 80일 전투를 했거든요. 북한에서 전투 라는 거는 별거 아니에요. 노력동원 그다음에 인민들의 자원을 수탈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투가 시작되면 인민들이 이제 고민에 빠지죠."]

코로나19 초특급 방역이라는 중차대한 시기에 개최된 북한 공연들.

체제선전과 내부결속이라는 성과가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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