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딛고 활기 되찾은 소래포구 기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그리웠다, 펄떡이는 삶의 풍경/낭만과 추억 어린 소래 포구/어시장 대형 화재 딛고 3년9개월만에 현대식 건물로 재개장/상인과 손님들 싱싱한 해산물 흥정하는 소리로 활기/갯벌·염전에 조성된 소래습지생태공원 빨간 풍차 3개 SNS 인증샷 인기
‘경축 소래포구 어시장 개장’. 깔끔한 외관의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한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 입구에 재개장을 축하하는 현수막과 만국기가 휘날린다. 2017년 3월 18일 잔혹한 화마가 이곳을 덮쳤다. 좌판 332곳 중 244곳과 상점 20곳이 잿더미로 변했고 1평 남짓한 좌판을 차리고 팍팍한 삶을 이어가던 실향민 등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인천 남동구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상인들을 위해 현대화된 어시장 건물을 짓기 시작했고 성탄절을 앞둔 지난달 22일 3년9개월 만에 다시 그들의 보금자리가 문을 열었다. 연면적 4500㎡ 규모의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이다.
어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새끼줄에 묶인 코다리와 양미리가 주렁주렁 달렸고 마스크를 쓴 상인과 손님들의 흥정하는 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건물 밖은 더욱 소란스럽다. 영하의 추운 날씨지만 끝없이 펼쳐진 좌판에는 겨울에만 잡히는 잔새우 ‘동백하(冬白蝦)’를 비롯해 곰치, 주꾸미, 대하, 꽃게, 삼식이, 우럭, 간재미, 박대, 장대 등 온갖 싱싱한 생선이 보기 좋게 차려졌다. 손님들은 좌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거닐며 구경거리 만난 듯 신기한 눈으로 생선들을 따라간다.
북적거리는 어시장을 뒤로하고 나서면 1970∼1980년대 사랑과 낭만들 싣고 오가던 수인선 협궤열차의 추억과 마주한다. 이제 기차는 멈췄고 물 건너 경기 시흥시 월곶동을 연결하는 인도교로 바뀌었지만 많은 이들이 소래철교를 건너며 추억을 따라간다. 소래철교 중간쯤에 서면 왼쪽으로 소래포구 어시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인천항까지 이어지며 바다로 나가는 물길이 아득하다.
소래포구 바람개비 산책로를 따라 나선다. 매서운 겨울바람에 파랑, 노랑, 빨강 바람개비가 힘차게 돌아간다. 갯벌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충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어 여유롭다. 저 멀리 거대한 새우 한 마리가 우뚝 선 모습이 이채롭다. 소래포구를 한눈에 조망하는 새우타워 전망대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연인들을 위한 ‘사랑의 새우타워’ 철망에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가 걸리기 시작했다. 아직 몇 개 안 되는 걸 보니 덜 알려졌나 보다.
소염교는 소래염전을 이어주는 다리라는 뜻. 공원은 과거 우리나라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소래염전이 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소금 생산이 시작됐고 소래역까지 소금을 운반하기 위한 열차 레일이 다리 위에 놓였었다. 염전은 채산성이 떨어지며 1996년 문을 닫았고 폐허로 방치되다 2009년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여행자들을 맞고 있다. 지금도 염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소염교를 건너 왼쪽 산책로를 따라가면 오른쪽에 작은 염전과 소금창고를 만난다.
염전을 지나면 하얀 소금기를 머금은 갯벌에 갈대와 억새 군락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겨울에도 쓸쓸하지 않다. 갯벌이지만 흙은 아주 단단해 하얀 소금 흙을 밟으며 걷는 재미가 있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소래포구 여행의 낭만을 더하는 빨간 풍차 3개가 등장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풍차의 커다란 날개가 “윙윙” 거리며 겨울바람을 따라 끊임없이 돌아간다. 아주 평온하고 목가적인 풍경은 네덜란드 마을이라 속여도 다들 믿겠다. 운이 좋다면 조류관찰데크에서 저어새와 민물가마우지 등 겨울철새도 만난다.
인천=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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