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시끄러우면 '이것'이 늘어난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1. 1.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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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RC-12X 정찰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거나 노동당 제8차 대회처럼 대규모 정치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휴전선 이남 하늘은 분주해진다.

북한 정권 핵심부와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려는 한미 정찰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한반도 상공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기종의 정찰기들은 북한에서 발신되는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땅에서도 안테나를 북쪽으로 세운 감청부대원들이 전파의 미세한 움직임을 일일이 추적한다. 정보의 작은 조각이라도 확보하고자 총력을 기울인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의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보기 위한 ‘소리 없는 정보 총력전’이 벌어지는 셈이다.
미 육군 RC-12X 정찰기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기 위해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미 육군 제공
◆ 한반도 맴도는 정찰기들은

북한 노동당 8차 대회를 앞둔 지난달 말부터 한반도 중부지역에는 미군 정찰기들의 출현 빈도가 잦아졌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종은 RC-12X다. 미 육군이 사용하는 기종으로 군단급 부대를 위해 지상에서 발신되는 전파를 수집, 분석하는 신호정보 정찰기다. 1980년대 처음 등장한 이래 성능개량을 거듭해왔다. 

최신형인 RC-12X는 기체 수명을 2025년까지 연장하고 첨단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정보수집능력을 높였다. 정확한 보유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2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미 해군 P-3C 해상초계기가 비행을 위해 프로펠러를 가동하며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에서는 주한 미 육군 제501 정보여단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매일 2~5대가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기지를 이륙해 대북 신호정보를 수집한다. 다만 프로펠러기라 높이 날지 못해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EO-5C 정찰기도 한반도에서 정찰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다기능 저고도 공중정찰기로 1994∼1995년 수도권에 위협적인 북한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정보와 수집장치와 통신감청 수집 장비, 이동하는 표적을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 등을 갖추고 있다.
미 해군 EP-3E 전자정찰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P-3E는 미 해군의 유일한 신호정보 정찰기다. 정보수집 외에 실시간 통신 및 영상전송중계를 통해 사령관의 결정에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20여 명이 탑승하는 EP-3E는 신호정보 수집기, 비밀통화기, 통신정보 수신기 등 첨단 전자장비들을 탑재한 채 4400㎞를 날아간다. 한반도 외에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해군용 기체지만 지상에 대한 정보수집능력도 갖추고 있다. 실제로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에서는 추락한 헬기의 영상을 지상 사령부로 실시간 전송했을 정도다.

한반도에서는 수도권과 서해 일대를 중심으로 정찰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한반도 근해를 비행하며 북한의 불법해상환적을 감시하는 역할도 맡는다. 
미 공군 RC-135W 정찰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공군이 17대를 보유한 RC-135W도 한반도에 자주 나타나는 정찰기다. 지상 목표지역의 전자정보를 실시간 수집, 분석해 지상 기지로 전송한다.

북한군이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에서 지휘소와 이동식발사차량(TEL), 관측소 간의 교신내용이나 미사일 발사에 쓰이는 전자장비 주파수 등을 포착할 수 있다.

지상 감시 정찰기 E-8C도 남한 상공에서 포착된다. 8∼12㎞ 상공에서 미사일 기지, 야전군 부대, 해안포, 장사정포 기지의 움직임을 정밀 감시한다. 

글라이더를 연상케 하는 외형을 갖고 있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U-2S 정찰기는 최대 25㎞ 상공에서 7∼8시간 비행하며 지상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통신을 감청한다.

수집된 정보는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주한미군 한국전투작전정보센터(KCOIC), 한미연합분석통제본부(CACC) 등에 제공된다. 

우리 군도 E-737 조기경보통제기와 RF-16 전술정찰기,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백두 정찰기와 영상정보 수집용 금강 정찰기,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을 운용한다.
미 공군 U-2S 정찰기가 오산 주한 미공군 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상도 바쁘다”…통신감청 주력하는 한미

북한 정권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땅에서도 부산하게 이뤄진다. 탈북자 등이 제공하는 인적정보가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고 정확도도 낮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해버린 상황에서 북한의 내부 사정을 파악하려면 지상 통신감청을 통한 ‘우회로’ 확보가 절실한 상태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은 통신감청에 유리한 부분이다. 2013년 이전까지는 평양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흔치 않았다. 하지만 2014~2015년 이후로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미국 마케팅기업 ‘위 아 소셜’과 캐나다 IT기업 ‘훗슛’이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3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인구(약 2500만 명) 대비 15% 수준이다.

불법적으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까지 합치면 실제 이용자는 더 많을 수 있다. 통신감청으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군이 운용하는 신호정보 수집용 안테나들이 하늘을 향해 서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군은 대북감청 전문부대인 777(일명 쓰리세븐) 부대를 운용한다. 한국군과 미군이 합동근무하는 777부대는 백두 정찰기나 지상 감청장비 등을 통해 북한 내에서 발산되는 신호를 잡는다. 

포착된 전자신호들을 한데 모아 정보를 생산하는데, 이것이 SI(Special Intelligence) 첩보다.

주한미군도 501정보여단과 미 국가안보국(NSA) 등의 지원을 받아 신호 및 감청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나 정확한 실상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북한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감청정보 수집과 분석은 한국군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군이 장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신되는 전파도 수집 대상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할 때 지휘소와 이동식발사차량(TEL), 관측소 간에는 무선 교신이 오간다. 미사일 발사에 쓰이는 전자장비에서도 전파가 발신된다.

이를 포착해 주파수 등을 분석하면 유사시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 사전 포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더 많이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상시는 물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전후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 지상과 공중, 해상에서의 입체적 감시 및 정찰 작전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일본에서 운용되는 통신감청시설들. 위키피디아
북한도 한미 연합군의 정보수집 능력을 알고 있다.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휴대전화 사용을 철저히 단속한다.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남측에서 SI 첩보로 파악한 대북 정보 사항이 공개되면 무선 주파수나 암호를 갑자기 바꾼다. 이를 정보당국이 다시 파악하려면 길게는 몇 달이 소요돼 정보공백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2015년 11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을 때, 발사 사실이 당일 오후 국내에 보도되자 북한은 전자정보체계를 바꿨다. 그 결과 정보수집 능력이 상당 기간 저하돼 북한 동향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등을 통해 SI 첩보가 노출되는 것을 정보요원들이 가장 꺼리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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