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시끄러우면 '이것'이 늘어난다 [박수찬의 軍]
북한 정권 핵심부와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려는 한미 정찰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한반도 상공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기종의 정찰기들은 북한에서 발신되는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땅에서도 안테나를 북쪽으로 세운 감청부대원들이 전파의 미세한 움직임을 일일이 추적한다. 정보의 작은 조각이라도 확보하고자 총력을 기울인다.
북한 노동당 8차 대회를 앞둔 지난달 말부터 한반도 중부지역에는 미군 정찰기들의 출현 빈도가 잦아졌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종은 RC-12X다. 미 육군이 사용하는 기종으로 군단급 부대를 위해 지상에서 발신되는 전파를 수집, 분석하는 신호정보 정찰기다. 1980년대 처음 등장한 이래 성능개량을 거듭해왔다.
EO-5C 정찰기도 한반도에서 정찰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다기능 저고도 공중정찰기로 1994∼1995년 수도권에 위협적인 북한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등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여 명이 탑승하는 EP-3E는 신호정보 수집기, 비밀통화기, 통신정보 수신기 등 첨단 전자장비들을 탑재한 채 4400㎞를 날아간다. 한반도 외에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도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해군용 기체지만 지상에 대한 정보수집능력도 갖추고 있다. 실제로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에서는 추락한 헬기의 영상을 지상 사령부로 실시간 전송했을 정도다.
북한군이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에서 지휘소와 이동식발사차량(TEL), 관측소 간의 교신내용이나 미사일 발사에 쓰이는 전자장비 주파수 등을 포착할 수 있다.
지상 감시 정찰기 E-8C도 남한 상공에서 포착된다. 8∼12㎞ 상공에서 미사일 기지, 야전군 부대, 해안포, 장사정포 기지의 움직임을 정밀 감시한다.
글라이더를 연상케 하는 외형을 갖고 있어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U-2S 정찰기는 최대 25㎞ 상공에서 7∼8시간 비행하며 지상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통신을 감청한다.
수집된 정보는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주한미군 한국전투작전정보센터(KCOIC), 한미연합분석통제본부(CACC) 등에 제공된다.
북한 정권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땅에서도 부산하게 이뤄진다. 탈북자 등이 제공하는 인적정보가 있으나 턱없이 부족하고 정확도도 낮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해버린 상황에서 북한의 내부 사정을 파악하려면 지상 통신감청을 통한 ‘우회로’ 확보가 절실한 상태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은 통신감청에 유리한 부분이다. 2013년 이전까지는 평양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흔치 않았다. 하지만 2014~2015년 이후로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미국 마케팅기업 ‘위 아 소셜’과 캐나다 IT기업 ‘훗슛’이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 기준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37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인구(약 2500만 명) 대비 15% 수준이다.
포착된 전자신호들을 한데 모아 정보를 생산하는데, 이것이 SI(Special Intelligence) 첩보다.
주한미군도 501정보여단과 미 국가안보국(NSA) 등의 지원을 받아 신호 및 감청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나 정확한 실상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북한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감청정보 수집과 분석은 한국군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북한군이 장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신되는 전파도 수집 대상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할 때 지휘소와 이동식발사차량(TEL), 관측소 간에는 무선 교신이 오간다. 미사일 발사에 쓰이는 전자장비에서도 전파가 발신된다.
이를 포착해 주파수 등을 분석하면 유사시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 사전 포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더 많이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
남측에서 SI 첩보로 파악한 대북 정보 사항이 공개되면 무선 주파수나 암호를 갑자기 바꾼다. 이를 정보당국이 다시 파악하려면 길게는 몇 달이 소요돼 정보공백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2015년 11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을 때, 발사 사실이 당일 오후 국내에 보도되자 북한은 전자정보체계를 바꿨다. 그 결과 정보수집 능력이 상당 기간 저하돼 북한 동향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등을 통해 SI 첩보가 노출되는 것을 정보요원들이 가장 꺼리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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