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으라고 소리쳐도 안듣는다"..음식 못 먹었던 정인이(下)
[편집자주] 142일. 첫 학대신고부터 정인이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바꿔 말하면 정인이를 구할 수도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다. 16개월, 정인이의 짧았던 삶은 양부모의 학대 때문이지만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도 무시할 수 없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와 수사자료, 각 기관의 발표 자료 등을 토대로 첫 신고부터 사망 때까지를 상, 하로 나눠 재구성했다.
※상(上)편에서 이어집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처음부터 어긋난 정인이 사건(上)]

홀트아동복지회(이하 입양기관)과 양모의 상담기록을 보면 양모는 정인이가 칭얼거림이 많다는 불평을 한다. 입양기관과 통화 중 갑자기 소리를 치며 전화를 끊는 경우도 있었다. 이유는 정인이가 음식물을 조금 게워내서다.
9월 18일에는 양모가 먼저 입양기관에 화가 난다며 전화를 했다. 양모는 "애가 요즘 너무 말을 안 들어요. 일주일째 거의 먹지 않고 있고, 오전에 먹인 퓨레를 현재까지(오후 2시)까지 입에 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담원은 소아과 진료를 받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저녁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저녁까지 연락이 없자 걱정된 상담원은 양부모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양모는 사무적인 어투로 다음날 진료를 갈 것이라며 '힘들어서 연락했지만 육아 도움은 필요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신고를 받은 경찰(여성청소년수사팀, 학대예방경찰관)이 아보전과 함께 집으로 출동했다. 출동 당시에는 분리조치를 염두에 뒀다.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양부모는 ‘억울하다’며 오열을 했다.
경찰과 아보전은 ‘분리조치’에 양부모가 격한 반응을 보이고, 신체상 뚜렷한 학대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현장회의를 통해 ‘사례관리’로 방향을 틀었다. 아보전은 양부와 함께 B소아과로 향했다.
B소아과는 ‘1kg가량 빠진 것은 의문이나, 이 상황만으로는 아동학대로 보기 어려움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부는 진료과정에서 정인이가 '칫솔을 바꿨는데, 그것 때문에 입안에 상처가 난 것 아니냐'는 문의까지 했다. 아보전은 주 1회 방문면담 등 사후관리하고, 경찰에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양부는 9월 28일 입양기관과의 통화에서 '그쯤 잘 먹지 않아 체중이 줄면서 학대신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양모가 양육을 확인하려는 것을 불편해 한다며 앞으로 정인이 관련해서는 자신과 연락해달라고 했다.

진료를 맡은 의사는 이미 저산소증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추정돼 기적적으로 소생되더라도 심각한 뇌손상이 우려된다고 했다. 또 장기파열로 복강 내 출혈도 심각했다. 다시 심박수가 떨어지면서 CPR을 시도했지만 오후 6시40분 정인이는 세상을 떠났다.
의사는 입양기관 상담원에게 △양모가 위중한 아동을 두고 119 부르지 않은 채 택시를 타고 온 점 △아동의 갈비뼈 4군데에 시기가 각기 다른 골절이 발견된 점 △후두부 골절 및 혈종 발견 △왼쪽 팔의 탈골, 장기파열, 몸 주변의 멍 등을 볼 때 90%이상 학대가 의심된다고 했다.
부검결과 정인이는 췌장이 절단됐었고, 소장과 대장도 찢어져 있었다. 사인은 복부손상으로 인한 출혈이었다. 이외에도 △후두부 △쇄골 △갈비뼈 △어깨뼈 △대퇴골 △오른쪽 팔 등 전신에 발생시기가 다른 골절과 피하출혈이 발견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오는 13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와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양부의 첫 공판기일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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