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제한 대상 PC방 운영한다고 놀림받은 초등생 딸이 울었다"

노경민 기자 2021. 1.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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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첫 PC방 법적 단체 결성한 김준영 부산피시협회장
"PC방은 게임 제공 문화산업 공간..코로나피해 업계 살려내겠다"
김준영 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장이 7일 오전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피시협회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 제공)© 뉴스1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 PC방 업계는 전쟁이 일어난 것보다 더 심한 폐허가 일어났습니다. 반드시 다시 살려내겠습니다."

부산지역에서 PC방 업주를 대표하는 사상 첫 법적 단체가 출범했다. 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이하 부산피시협회)는 지난해 12월 부산시의 인가를 받고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김준영 부산피시협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계에 '비상등'이 켜진 PC방 업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있다.

"게임은 문화이고, PC방은 게임을 제공해주는 문화산업 공간입니다." 김 협회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하지만 '게임은 문화, PC방은 나쁜 곳'이라는 딱지가 여전히 붙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대중의 인식을 깨고 PC방이 문화 선도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남들에게는 말 못 할 사정도 있었다. 딸의 '존경'의 대상이었던 김 협회장은 어느 날 딸이 방에서 몰래 울고 있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집합제한 대상인 PC방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느 때면 "우리 아빠 PC방 사장이다"라며 자랑을 하던 밝은 아이였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에서 'PC방 이용 자제'라는 내용이 담긴 통지서를 받으면서 위축된 딸을 보면서 그는 "더이상 물러서지 말자"라며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다.

<뉴스1>은 7일 김준영 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 협회장과의 일문일답.

―부산에서 PC방 업주들을 위한 첫 법적 단체가 출범했다. 결성한 이유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많이 입은 PC방 업주들의 고충을 알리기 위해 법적 단체를 결성했다. 공식적인 단체가 없었을 때는 업주들의 어려움을 전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개인의 목소리만 내서는 소통과 전달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법적 단체가 만들어지기 이전 '부산피시방비상대책위원회' 이름으로 비공식적인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저 사람을 모아서 내는 목소리와 법적 단체 활동을 통해 내는 목소리 간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초등학교 3학년 딸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굉장히 존경받는 아빠였다. 예전에는 딸이 반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 PC방 가면 게임할 수 있다"며 자랑을 자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집합제한 이후 학교에서 'PC방 이용 금지' 안내 문자가 갔다고 한다. 어느 날 딸이 방에서 혼자 울고 있더라. 아이들한테 "너네 아빠 PC방 하지?"라는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정말 울컥한다. 이대로는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바로 시작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런 단체가 나오면 주변에서 오해를 많이 한다. "권력 욕심이 있네", "무슨 이유가 있겠지" 등 안 좋은 소문도 많이 돌았다. 힘들기도 했지만, 부산 PC방 사장님들을 위해서 더 힘을 내려 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는 PC방 대표 단체가 없는지.

▶서울에 한 곳이 있다. 20년 전에 창설된 '인터넷PC문화협회'는 PC방을 대표하는 단체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불황이 닥친 PC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부산이 처음으로 단체를 만든 것이다. 전국 PC 업계에서도 부산이 가장 단합이 잘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준영 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장이 7일 오전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피시협회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 제공)© 뉴스1

―현재 부산지역 PC방 업주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나.

▶타격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 모든 소상공인들이 다 죽기 일보 직전이다. 지금도 폐업 소식이 매일 들리고 있다. 특이하게도 전국 중 부산 PC방에서만 '미성년자 출입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방역 작업의 일환으로서는 이해하지만, PC방에만 이러한 방침이 내려져 불만이 있다. 올해 초 단체 첫 공식 일정으로 전자출입명부 설치(QR코드 도입) 의무화를 한다는 대신에 미성년자 제한을 풀어달라는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4일부터 미성년자도 출입이 가능해졌다. PC방은 미성년자가 매출 50% 이상을 담당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PC방 업계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는다면

▶가장 힘든 점은 당연히 장사가 안되니 생계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입이 있어야 생계를 이어가고 가정을 꾸려가는데 계속 마이너스가 쌓이다 보니 절망감이 들 뿐이다. 코로나 사태 속 자영업자들이 모든 피해를 다 떠안고 있다. 또 PC방의 경우 나쁜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정부에서 "PC방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코로나 브리핑에서 해 당시 굉장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PC방을 낙인찍는 행위다. 그 이후로 아예 PC방은 코로나 낙인 소굴이 돼 버렸다.

PC방은 게임을 판매하는 업종이다. 최근 들어 정부와 부산시에서 게임을 문화로 만들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PC방은 게임 문화를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제공하거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업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중에게는 게임은 문화지만, PC방은 나쁜 업종이라는 인식이 내재돼 있다. 이러한 인식을 가장 먼저 바꾸고 싶다. 영화는 문화고 영화관도 문화다. PC방과 영화관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도 PC방이 낙인과 좋지 않은 대우를 받아왔다.

그저 단순히 지자체와 정책 의논을 한다고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PC방은 사회공헌사업, 문화 행사 등 여러 방향에서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PC방이 게임 문화 산업에 참여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전반적으로 부산시의 거리두기 방침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 상황이 전국적으로 모든 사람이 힘든 상황이지만, 부산시가 조금 더 소상공인을 배려하는 방역수칙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다중이용시설 중 PC방을 한정해서 논하자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부산시의 방역수칙이 더 강력한 편이다. 지역 PC방의 현실에 맞는 방역수칙이 필요하다. 지난 4일부터 '흡연구역 1인 사용 의무화' 등 흡연실 제한이 붙었는데,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 소상공인을 위해 좀더 현실에 맞는 방역수칙을 내길 희망한다.

하지만 부산시로부터 많은 도움도 받았다. 특히 집합제한 조치가 내려질 때부터 지금까지도 도움을 주고 있는 강정아 부산시 게임산업팀장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현재까지도 지역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우선 올해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PC방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가장 먼저 업주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반영할 예정이다. 방금 언급한 '흡연실 1인 입실 조치'는 현실적으로 PC방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계속해서 부산시 측에 건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협회 활동은 계속 이어지는지.

▶협회는 코로나19 극복 이후에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시와 연계해 게임 관련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비영리사단법인인 우리 협회의 운영 수익은 시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앞으로 모든 수익은 공익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정책적인 부분에서 방역제한이 풀린다면 다시 부산 PC방 업계를 살리는 노력을 해나가겠다. 예전과는 다른 질서와 규칙, '방향성'이 있는 형태로 PC방을 재건할 것이다. 지금은 버티는 데 집중하고, 코로나19가 해결되면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

―유례없는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는 지역 PC방 업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저도 한사람의 업주로서 많이 힘들고 다들 많이 힘드실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는 대표성이 있는 단체가 생겨났고, 업주들이 내는 목소리를 듣고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모두 함께 참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무슨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다 함께 이 국난을 잘 버텨내자는 말을 드리고 싶다. 부산피시게임문화협회를 믿고 응원해주면 감사하겠다. 무엇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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