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있을 수 있는 일".. 처음부터 어긋난 정인이 사건(上)

김남이 기자 2021. 1. 9.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142일. 첫 학대신고부터 정인이가 세상을 떠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바꿔 말하면 정인이를 구할 수도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다. 16개월, 정인이의 짧았던 삶은 양부모의 학대 때문이지만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도 무시할 수 없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와 수사자료, 각 기관의 발표 자료 등을 토대로 첫 신고부터 사망 때까지를 상, 하로 나눠 재구성했다.

7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물품들이 놓여있다. /사진=뉴스1

"아이에게 멍자국이 있어요" 5월 25일 첫 신고...아이 키우다 보면 멍들 수도 있지
지난해 5월 25일 정인이의 허벅지 양쪽에 멍이 든 모습을 본 어린이집 원장은 강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에 신고했다. 당시 정인이는 배, 허벅지 안쪽에 멍자국이 보이고, 피부색이 고르지 않았다. 곳곳에 긁힌 상처도 보였다.

신고를 받은 아보전은 양부모와 정인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소아과를 방문했다. 양부모는 아보전 직원에게 양부가 정인이의 오다리를 교정해주기 위해 다리 마시지를 해주다가 멍인 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 앞에서 양부가 직접 허벅지를 주무르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다른 긁은 자국이나 상처는 아토피 때문에 생겼다고 말했다. 아보전 직원은 '아동이 양부모를 거부하는 모습은 없었으며 잘 안겨 있다'며 위험성 평가에서 3점으로 평가했다. 위험성 평가는 총 9점 만점으로 4점부터 '응급조치'가 고려된다.

하지만 5월 26일 아보전은 정인이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영아이고, 부모 진술만 믿고 사건을 끝낼 수 없어 서울 양천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27일 정인이의 집을 찾아 양모와 면담을 했다.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관련 경찰의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6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양천경찰서는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경찰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다'며 위로까지

양모는 다음날 홀트아동복지회(이하 입양기관)과 통화에서 당시 경찰관 3명이 찾아와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하고 갔다고 말했다. 양모는 입양기관 상담원에게 '국내입양가정 전체와 입양기관이 오해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울먹였고, 더 세심하고 면밀히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29일 양천경찰서는 입양기관에게 상담기록 등 자료를 공유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우려할만한 학대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고, 양모와 정인이의 애착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6월 3일 추가로 양부를 조사했다.

이후 경찰은 내부적으로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내사종결로 방향을 잡았다. 경찰은 '아이를 키우다보면 일일이 멍을 인지 못 하는 부분도 있다'는 내용의 통화를 입양기관과 했다.

비슷한 시점 양부는 '양모가 스트레스가 많고,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한다'며 아보전 직원에게 양모가 아니라 자신과 소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6월 16일 1차 신고는 내사 종결된다. 다만 아보전은 ‘방임’으로 판단해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결정했다.
6월 29일 '차량 방치' 2번째 신고, "신고 불쾌하다, 경찰과 같이 와라"
사건 종결 2주 뒤인 6월29일 강서 아보전에는 두 번째 신고가 접수된다. '양모가 정인이를 차안에 30분가량 혼자 둔다'는 내용이었다. 신고 나흘 전 아보전은 정인이의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정인이에게 작은 상처가 있었고, 최근 쇄골에 실금이 가 깁스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고 직후 아보전은 양부모를 대상으로 학대조사를 했다. 이날 학대조사에는 학대예방경찰관도 함께 했다. (이후 양부는 입양기관과 통화에서 ‘아보전에서 학대 신고를 받고 가정 방문을 한다고 통보 받은 후 불쾌해서 자신이 직접 경찰과 함께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신고 후 현장조사에서도 경찰과 아보전은 구체적인 학대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아보전 직원은 ‘정인이가 양부에게 잘 안겨있다’고 평가했고, 위험평가 점수는 2점을 매겼다. 첫 번째 신고보다 점수가 낮았는데, ‘아동에게 신체 내·외부 손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쇄골 골절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다.

생후 16개월 영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입양 전(왼쪽)과 입양 후(가운데, 오른쪽)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사진=뉴스1

"원래 몽고반점이 많습니까"

아보전은 양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수사를 진행했다. 7월 하순이 돼서야 차량에 방치된 장소가 첫째 아이의 학원 근처라는 사실을 알았다. 7월 23일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양모는 둘째(정인이)가 잠이 들어 차량의 문을 열어둔 채 낮잠을 잘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신고가 됐다고 진술했다.

양모는 8월 5일 정인이를 데리고, 2차 조사를 받았다. 당일 담당 수사관은 입양기관에 전화해 ‘자신이 보기에도 몽고반점인데 아동의 발등과 손등에도 멍처럼 보이는 흔적이 있다’며 원래 몽고반점이 많은지 문의했다.

입양기관은 보호될 당시에도 몽고반점이 많았다고 안내했다. (입양 전 정인이를 7개월 간 맡았던 위탁모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몽고반점이 많은 편이긴 했지만 멍든 것과는 확연하게 달랐다"고 말했다.) 수사관은 몽고반점 외에는 문의할 것이 없다고 했다.

경찰은 8월 12일 불기소 의견(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6일 후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차 아동학대 조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정인이는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다. 8월 21일 아보전은 입양기관에 전화해 정인이가 한 달째 등원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양모는 걱정하는 입양기관에 휴가를 다려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하(下)편'으로 이어집니다 ["씹으라고 소리쳐도 안듣는다"…음식 못 먹었던 정인이(下)]

[관련기사]☞ '20살 여대생 AI 이루다' 뭐길래…성희롱 쏟아졌다황하나, 박유천 약혼녀→알고 보니 유부녀→남편 극단선택입양방송 출연에 거짓말까지…정인이 양부의 '이중생활'"살기 위해서"…매일 5시간씩 서 있는 사람들"노후를 위해 저축하라"는 팬 조언에…태연의 반응은?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