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생활에 늘어난 변비..임의로 약 먹다가 화 키울라

임웅재 기자 2021. 1.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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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진료로 원인 확인부터
생활습관 탓이면 치료 꾸준히
자극성 변비약 무분별 남용땐
장 기능 무력화·만성화 위험↑

[서울경제]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파로 바깥 활동이 줄어든 것도 한몫 하고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권길영 교수는 “질병이 변비의 원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불충분한 식사량과 수분 섭취, 배변을 참는 버릇 등 잘못된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와 한파로 바깥·신체활동이 줄고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소화기관 운동이 둔화돼 없던 변비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변비는 대장의 연동 운동이 저하돼 원활한 배변 운동을 하지 못하는 질환. 성인의 경우 배변횟수가 3~4일에 한 번 미만이거나 변이 딱딱하고 소량인 경우, 배변시 과도하게 힘을 줘야 하거나 변을 봐도 잔변감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변비로 정의한다. 2~3일에 1회 보더라도 대변이 굳지 않고 편하게 본다면 변비로 진단하지 않는다.

1세 미만 아기는 모유·분유·이유식 섭취에 따라 하루 0~9회 정도 대변을 본다. 모유를 먹는 아기 중 일부는 정상적으로 수일 이상 변을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횟수는 대장의 수분 보유 능력이 점차 성숙되는 2세부터 평균 1.7회, 3~4세에는 성인과 비슷하게 1~2일에 1~2회 정도 배변한다. 영유아는 배변횟수가 주 2회 이하, 1주일에 최소 1회 이상의 유분증(대변 지림), 대변을 참는 증상, 굳은 변을 보고 통증을 느끼거나 힘든 증상 등이 2개월 동안 최소 주 1회 이상 나타나면 변비로 진단한다.

낮은 변기에 앉거나 욕실 의자에 발을 얹어 엉덩이와 무릎이 35도 정도 되게 하면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오른쪽 그림 출처 : https://www.dietvsdisease.org)
◇증상 심할 때만 임의로 약 복용하면 더 악화

변비는 나이·성별에 상관 없이 생길 수 있다. 전체 인구의 5~20%가 변비로 고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9세 이하 어린이와 70세 이상 노인, 여성에게 흔히 발생한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급성 변비가 흔하지만 식습관·생활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변비를 치료하려면 보호자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 약물치료, 식이·행동조절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은혜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변비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해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변비로 진행되고 오심, 구토, 복통, 복부팽만, 식욕부진으로 이어져 성장기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드물지만 합병증으로 항문이 찢어지거나 요로감염, 치질, 직장탈출증, 성장부진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노인들은 기저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 식사량 및 갈증감각 감소로 섬유질·수분 섭취 등이 부족해 발생하는 이차성 변비가 많다. 노인성 변비는 대개 통증이 없어 단순한 노화 증상이나 소화장애로 생각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배변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장 폐색증 위험이 커진다.

변비는 드물지만 대장암, 염증성 장질환,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신경계·근육질환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질환 때문이 아니라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변비의 정도를 정확하게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교육을 받아야 한다. 치료는 우선 약물·관장으로 직장에 저류된 대변을 제거하거나 변을 묽게 해 쉽게 배출되도록 해주는 약물(하제)을 복용한다. 대변을 참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규칙적인 배변이 3개월 이상 유지되면 하제를 점차 줄여나간다.

전문의 처방 없이 시중에서 파는 자극성 변비약이나 보조식품을 장기간 남용하는 건 피해야 한다. 장 점막을 과도하게 자극하면 장 연동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무기력해져 만성 변비를 유발하고 장내 신경층이 파괴돼 장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 따라서 섬유질 성분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다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임의로 약물을 감량·중단하면 치료 효과가 좋지 않고 배변을 하더라도 변비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에 판매되는 변비약을 증상이 심할 때만 임의로 복용하면 변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치료 과정은 장기간의 변비로 둔해진 배변 감각과 대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까지 포함하므로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 소아의 경우 성인과 달리 자극성 하제가 아닌 삼투성 하제를 쓰므로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쿼트는 항문·직장 각도를 넓히고 골반저 근육을 늘려 원활한 배변을 돕는다. /이화에스엠피 제공
◇‘저탄고지’·커피·초콜릿, 밀가루·짠 음식 변비 유발

변비 예방을 위해서는 장 운동이 가장 활발한 때인 아침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들인다. 변의가 느껴지면 참지 말고 30분 안에 화장실을 가는 게 좋다.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 변기에 10분 이상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장·항문이 자극에 둔감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하면 원활한 장 운동에 도움이 된다. 스쿼트를 하면 항문·직장 각도를 넓히고 골반저 근육을 늘려 대변이 더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변기에 앉을 때 발을 욕실 의자에 올려 엉덩이와 무릎이 35도 정도 되게 하면 변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규칙적으로 충분한 양의 식사를 하되 가급적 과일·채소·잡곡·해조류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물은 하루 1.5~2리터를 마신다. 섬유질은 자기 무게의 40배나 되는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늘려주고 부드럽게 만들어 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물을 충분히 마셔도 커피, 밀가루·짠 음식을 즐기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지거나 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이 수분을 빨아들여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초콜릿·과자·설탕 등 단순당 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안 좋다. 술은 대장의 연동운동을 방해하고 변을 단단하게 만든다.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는 고지방 식품 위주의 ‘저탄고지’ 식이요법도 피해야 한다. 조경환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방을 분해할 때 케톤이라는 대사성 물질이 생겨나고 소변량이 증가해 딱딱한 변이 만들어져 변비가 악화할 수 있다”며 “기름진 음식을 먹더라도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하면 변비에 걸릴 확률이 적다”고 조언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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