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경품 추첨?'..전남대 총학생회 당첨자 조작 의혹

이수민 기자 2021. 1.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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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독려 이벤트서 운영진이 고가 상품 당첨
총학생회 탄핵 움직임에 선거 주관 위원회 검찰 고발
경품 당첨자 조작 논란에 휩싸인 전남대학교 중앙운영위원회의 추첨 생중계 모습이다. 추첨 방송 화면은 그 내용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화질로 송출됐다. (전남대 중앙운영위원회 인스타그램 캡쳐) 2021.1.9 /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전남대 총학생회가 선거 경품 당첨자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개최한 '경품' 이벤트에서 총학생회장 당선인의 지인이 고가 상품 당첨자로 선정되면서다.

학생들은 경품 조작을 주장하며 총학생회장 탄핵을 요구하고, 선거를 주관한 중앙운영위원회를 검찰에 고발했다.

9일 전남대 총학생회와 학생들에 따르면 2021학년도 총학생회장 선거를 주관한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선거 독려 경품 추첨 이벤트'를 열었다.

전남대는 지난 2년간 투표율 미달 등으로 총학생회 구성이 무산됐었다. 이번 이벤트는 경품을 통해 학생들의 관심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경품은 1030명을 대상으로 했다. 1000명은 아메리카노, 나머지 30명에게는 '에어팟', 'LG 그램 노트북', '아이패드', '닌텐도 스위치', '에어 프라이기' 등 고가의 선물이 내걸렸다.

일부 재학생들은 "추첨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면 운영진이 조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고가의 경품을 빌미로 투표율을 올려놓고 정작 선물은 '그들만의 것'이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현 총학생회장은 재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그는 "추첨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게 자신이 과정을 지켜볼 것이고 학생들에게 매 상황을 보고하며 소통할 것"이라고 학생들을 안심시켰다.

이벤트 덕분인지 지난해 12월2일 열린 총학생회 선거에는 재학생 937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선거 결과 기호 1번 '바로 선거운동본부'의 임기안 회장, 한채영 부회장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운영위원회는 2년 만에 총학생회가 구성됨에 따라 지난 12월5일 오후 9시 온라인 추첨을 통해 경품 당첨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한 날짜에 당첨자는 발표되지 않았고 몇 시간이 지나 다음 날 재추첨을 진행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재추첨은 6일 낮 12시부터 약 14분간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진행했으나 생중계 과정에서 추첨 과정이 불투명해 논란이 일었다.

추첨 방송 화면 내용은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질이 안 좋았고, 추첨 코드가 갑자기 삭제되거나 특정 코드를 입력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추첨 과정을 온라인으로 지켜보던 학생들은 신뢰성을 의심했다.

실제로 이벤트 당첨자 명단이 공개되자 학생들은 총학생회와 중운위가 조작했다며 반발했다.

고가의 경품이 걸린 30명의 명단에 총학생회장과 가까운 이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패드 경품 당첨자는 총학생회장과 같은 과 친구이자 중앙운영위 간부인 A씨였다. A씨는 해당 경품 추첨 프로그램의 제작자이기도 했다.

총학생회장과 같은 단과대 출신들도 대거 당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에도 불구하고 중앙운영위와 총학생회는 당첨자 명단을 삭제하고 한 달 가까이 묵묵부답했다.

이에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기만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탄핵'을 준비하고 있다.

또 중운위 A씨에 대해서는 공금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남대의 한 학생은 "A씨는 선거 독려를 위해 편성된 대학 예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려 했다"며 "이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가 예산을 횡령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A씨는 프로그램 제작자로서 조작 의혹에 대해 즉시 해명해야 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상당히 지연시켰다"며 "그는 학생들의 추가 해명 요구를 무시하며 학생자치를 위협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총학생회의 경우 학생들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고 간헐적으로 침묵을 반복했다"며 "학우들을 기만하고 신임을 잃은 임기안씨와 그 일당이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회로 남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임기안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제3자의 검증을 받느라 소통이 늦었던 것 뿐"이라고 뒤늦은 답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절대로 학생회 또는 중앙운영위원회가 부당하게 경품을 취득한 사실은 없다"고 믿음을 호소했다.

검찰에 고발된 A씨 역시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A씨는 "당첨은 우연일 뿐이고 경품추첨은 누구보다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논란은 진작에 인지했지만 모든 당첨자가 지인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해야 했기 때문에 명단공개 동의를 받느라 답변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태껏 다른 추첨 이벤트에서도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줄 몰랐다"며 "논란을 만들고 학생들의 의혹을 키우게 된 점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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