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600만원에 샀는데 보상금 340만원"..3기신도시 반값 수용?

박미주 기자 2021. 1. 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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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익 배제와 시세의 반도 못 미치는 처참한 보상가격으로 강제 수용해 누구를 위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겁니까? 너무 불공평합니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3기 신도시를 신속히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토지 보상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인천 계양, 하남 교산에서 토지보상 협의절차가 시작됐지만 '반값'에 땅을 강제 수용한다며 일부 토지주들이 반발하며 정당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3기 신도시 입주 시기도 지연될 우려가 있다.

이 같은 갈등의 원인으로는 시세보다 반영률이 낮은 표준지 공시지가를 토지보상가 산정에 활용하는 것과 감정평가사의 독립성 결여가 꼽힌다. 일정 가격 이상인 경우 보상평가서 검토를 통해 감정평가사를 제재할 수 있어 토지보상가가 낮게 책정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인천 계양·하남 교산 토지보상 협의 시작… 토지주들 "보상가 시세 반도 못미쳐, 정당보상 해야"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9일 3기 신도시 사업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하남 교산·인천 계양 신도시에서 토지보상 협의 절차가 시작됐다. 인천 계양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3월 31일까지, 하남 교산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가 협의 기간이다.

하지만 감정평가 뒤 예상되는 토지보상가격 통보서를 받은 토지주들이 감정가가 턱없이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토지주들은 지난달부터 LH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인천 계양 토지주라는 한 청원인은 "13년 전 600만원에 매입한 1종 주택지가 340만원에 보상되고, 13년 전 120만원에 매입한 전·답이 세월이 흐른 현재도 똑같은 120만원에 보상된다"며 "LH에서 정당보상하겠다고 했는데 시세의 반에도 못 미치는 처참한 보상가격으로 강제 수용당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누군가는 일확천금을 위해 부동산 투기를 일삼을 때 열심히 일만 하고 일궈온 내 땅에서 농사 짓고 장사한 사람들에게 감내할 수 없는 보상금을 통보한 LH를 용서할 수 없다"며 정당보상을 위한 재평가를 요구했다.

다른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지구들에서도 이 같은 불만이 속출한다는 전언이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의 이종도 총무국장은 "인천 계양의 경우 토지가 수용된 지역의 건너편 시세는 3.3㎡당 600만~800만원인데 수용지역의 통보된 보상가는 100만~150만원(전·답 기준)이고 하남 교산은 개별로 차이가 많긴 하지만 대로변 시세가 3.3㎡당 3000만~4000만원이면 보상가는 1000만~1200만원"이라며 "과천도 토지주들이 총 보상금을 2조7000억원으로 생각했는데 절반 조금 넘는 1조7000억원으로 나와 격분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 분당 서현지구는 3.3㎡당 600만원에 토지 매매 거래를 앞두고 있었는데 공공주택지구 개발 소식에 해당 거래가 무산된 뒤 3.3㎡당 300만원의 토지보상금이 통보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공공주택지구에서 토지주들이 생각하는 보상금과 실제 LH에서 나온 보상금이 5배 이상 차이나는 곳들이 많다"며 "해당 토지 주변 거래 시세의 10~15%에 토지를 보상하고 양도소득세로 40% 가져가면 토지주들에게는 사실상 남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평짜리 땅 갖고 살던 사람들이 강제수용된 뒤 건너편 땅을 살 때는 20평짜리도 사기 어렵고, 고향과 삶의 터전을 떠나게 되는 것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한다"며 "정당보상, 강제수용된 토지의 양도세 감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지주들은 시세의 30~40%에라도 토지보상금을 달라는 것"이라며 "A에게 낮은 보상가로 강제수용해서 B, C에 혜택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도 꼬집었다.

낮은 공시지가로 보상금 산정, 표준가격 마련하고 감정평가사에 징계 줘 중립성 결여
인천 계양 3기 신도시 부지 모습./사진= 뉴시스

토지보상가가 낮게 나오는 원인은 산정 토대가 되는 낮은 표준지 공시지가와 감정평가사 독립성 결여 등이 거론된다.

이 국장은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두고 표준지 공시지가를 낮은 상태로 뒀는데 그걸 기준으로 헐값에 강제수용한 뒤 아파트 개발 후 시세대로 파는 것"이라며 "공시지가 현실화로 부동산세 대폭 올린 원리대로 토지도 현 시가에 준해서 공시지가를 매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부가 토지보상 협의 양도인에 용지를 제공해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지만, 실제로 줄 수 있는 용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감정평가사에 공무원의 지위를 보장해 정부가 수용 대상 토지의 보상가격 산정에 손을 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보상가 타당성을 검증하고 최대 등록 취소도 가능한 징계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감정평가사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보면 대상 토지가 10필지 이상으로 구성되고 보상비 추정액이 50억원 이상(보상비 추정액이 2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3필지 이상)인 관리대상 사업에 대한 기본설계가 완료되면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에 사업대상 토지의 표본기준가격조사를 의뢰해야 한다. 보상가격이 표본기준가격조사보다 10% 이상 높으면(지가상승률 제외)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원으로부터 보상평가서 검토를 받을 수 있다.

3기신도시 공급 지연 우려… LH·국토부 "절차대로 진행,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등으로 보완"
남양주왕숙지구 모습/사진= 뉴스1
토지주들과 갈등으로 3기 신도시 입주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토지주들의 반발로 지장물 조사(건축물 등) 등도 미뤄지고 하남 교산의 경우 문화재까지 발굴된다면 입주 시기 지연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지보상가 관련 LH는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감정평가 시 토지소유자, 시도지사, 사업시행자(LH)가 1명씩 추천한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가격의 산술평균으로 보상가가 산출된다"며 "LH가 가격 산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고, 통보된 보상가도 시세 대비 턱없이 낮지는 않다"고 답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 보상가에 주민들이 이의제기하는 절차가 있고 대토보상 양도세 감면 40% 확대, 협의양도인에 용지 공급 등으로 일부 개발이익이 공유되도록 해 토지보상가와 시세 간 괴리가 보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장물 조사 일정도 최대한 당겨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및 입주 등이 계획된 대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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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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