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은행 대출 경고.. "장기화 땐 부실 우려"
국내 신용평가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대출 연명 조치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오는 3월부로 종료되는 코로나 대출의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를 또다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부실대출을 정상대출인 척 끌고가는 이 같은 해결책은 결국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금융업 2021년 방향성-이제는 부채의 역습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보고서에서 코로나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 조치가 장기화하면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의미가 없어진다"며 "금융당국과 신용평가사는 금융회사의 실질에 부합하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맞이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당초 같은 해 9월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올해 3월까지로 연장됐다.
금융당국은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포함한 금융지원 연착륙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12월 4일 기준 금융권의 코로나 지원 규모는 총 261조1000억원인데, 이 중 기존 대출·보증의 만기를 연장해준 것은 149조6000억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57%에 해당한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금융업권이 코로나19 상황에도 양호한 실적을 올린 데 대해 "금융 지원 조치가 유발한 착시 효과를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물경제가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부실여신비율이 사상 최저 수치를 경신하는 모습은 상식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나이스신용평가는 차주가 더 이상 차입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데도 금융회사가 지속적으로 대출기한을 연장하는 연명대출은 표면적으로 정상여신이나, 그 실질은 부실여신임을 지적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 코로나 금융 지원의 절반 가까이(48%)를 담당한 은행권의 경우 올해 코로나 대출의 여파가 가시화되면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 여파가 자산건전성 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자산건전성 저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손충당금을 조기 적립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책자금 지원 효과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1년에는 차주의 재무상태 점검 및 자산건전성 재분류를 통해 코로나19 영향이 자산건전성에 반영되고,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손비용은 손실날 경우를 대비해 쌓아두는 돈인 만큼 증가할수록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만기연장 영향으로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그 어느때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원화 연체율은 0.3%로, 이전 최저치인 같은 해 6월 말(0.33%)보다 0.03%포인트(P) 내려갔다.
고정이하여신(부실대출) 비율 역시 2019년 9월 0.9%에서 지난해 9월 0.7%로 낮아진 상황이다. 이 본부장은 "대출금 급증 및 원리금 상환유예로 인한 착시효과를 고려하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대출 유예) 조치가 장기간 지속되면 자산건전성 지표의 왜곡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중에선 지방은행이 약한 고리로 꼽힌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부실 흡수 능력이 부족한데다,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에 더욱 크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코로나19 민감업종(음식점·도소매·운수창고·여행레저·숙박업)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중은행이 9.6%, 지방은행이 14.2%다. 개인사업자 코로나19 민감업종 대출 역시 시중은행이 5.5%인 반면 지방은행은 7.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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