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통신으로 옮겨붙은 美·中 테크전쟁..앞서가는 中, 뒤쫓는 美

김윤수 기자 2021. 1.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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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영 이동통신사 "5년 내 1000만명 대상 양자통신 서비스"
최고 기술력 자신감… 최근 베이징-상하이 2000㎞ 통신 성공
"성과 공개 않는 美, 뒤처졌지만 비밀리에 대비할 가능성도"
‘2030년 70조원 시장’ 양자컴퓨터는 美 IBM·인텔 선점 중

중국 상하이의 차이나텔레콤 대리점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차세대 기술 개발 경쟁이 양자암호통신(양자통신) 분야로 옮겨붙고 있다. 양자통신은 이론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고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이 가능한 정보통신기술(ICT)로 평가받는 만큼 먼저 상용화하는 쪽이 안보·금융 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중국이 앞서가는 모양새다. 2016년부터 세계 유일의 양자통신 위성 ‘묵자(墨子)호’를 보유하고 있고, 새해 첫날에는 국영 이동통신사 차이나텔레콤이 "5년 내 1000만명에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이를 보도한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외 미·중 기술 전쟁의 또 다른 분야가 된 양자컴퓨팅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9일 "최근 중국은 이제껏 개발해온 유·무선 양자통신 기술을 집대성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장거리 양자통신 기술 성과나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의 측면에서 중국이 학계와 업계 모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 대규모 양자 이동통신 최초 상용화 준비하는 中

양자통신은 우리나라 세종시를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금융기관 등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 한정적으로 일부 도입돼왔지만, 통신 거리가 짧다는 한계 때문에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이동통신 서비스는 아직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 첫 대규모 양자 이동통신 상용화에 도전한다.

SCMP에 따르면 차이나텔레콤은 지난 1일 안후이성 지역의 자사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양자통신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는 차이나텔레콤 대리점을 방문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거나 스마트폰에 심(SIM) 카드를 장착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업체는 정부·군·금융기관 관계자를 중심으로 우선 서비스하고 앞으로 5년 내 서비스 대상을 100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판지엔웨이 중국과학기술대 교수 연구팀이 베이징과 상하이 사이 2000㎞ 구간에 구축한 유선 양자통신망과 양자통신 위성 묵자호를 통한 무선 통신망을 표현한 그림. /중국과기대

중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하며 계획 실현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영국 과학전문매체 ‘피즈닷오알지(phys.org)’는 판지엔웨이 중국과학기술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베이징과 상하이 사이에 2000㎞ 길이의 유선 광통신망을 구축해 두 도시 간 양자통신에 성공하고 이 성과를 지난 6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앞서 묵자호 발사 직후인 2016년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빈 사이 7600㎞ 거리를 무선 양자통신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판지엔웨이 교수는 1997년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당시에는 ‘양자전송’) 실험에 성공한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안톤 차일링거의 제자다. 판지엔웨이 교수는 조국으로 돌아와 중국 ‘양자통신 굴기’의 핵심 인물이 됐다.

◇ 뒤쫓는 美, 비밀리에 준비하나… 양자컴퓨터는 선두

미국은 2015년 국가표준기술원(NIST)이 100㎞ 길이의 광섬유를 이용해 유선 양자통신에 성공한 이후, 중국처럼 수천㎞ 거리의 유·무선 통신 성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양자통신 위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상욱 단장은 "미국은 2010년대 들어 양자통신 기술 성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식적으론 중국이 앞서가지만 미국이 마냥 뒤처지고 있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관련 투자 계획을 세워온 만큼, 미국이 비공개로 중국과의 양자통신 경쟁에 대비해나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12월 양자정보 분야 연구개발(R&D)에 정부예산을 투자하기 위한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법’을 제정,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최대 12억달러(약 1조 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IBM의 양자컴퓨터 프로토타입. /연합뉴스

양자통신과 기반 기술이 같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BM은 작년에 자사 양자컴퓨터 ‘IBM Q’를 기존 32큐비트(qubit)에서 64큐비트로 업그레이드했다. 큐비트는 0과 1의 비트(bit)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양자 정보처리의 기본단위로, 64큐비트는 현재 전 세계 양자컴퓨터 중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IBM은 2017년부터 삼성전자, JP모건 체이스, 영국 옥스퍼드대 등이 참여해 양자컴퓨터를 공동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컨소시엄 ‘IBM Q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인텔도 지난해 대규모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극저온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어칩 ‘호스 리지2’를 개발했다. 2019년 ‘호스 리지’를 개발한 지 1년만이다. 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전자나 원자가 외부의 영향에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입자 움직임이 둔해지는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다. 호스 리지 같은 제어칩이 양자컴퓨터에 필수적인 이유다.

인텔의 양자컴퓨터 시스템 제어칩 ‘호스 리지’./인텔 제공

KISA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 100만년 걸릴 연산을 수 분만에 해낸다. 양자컴퓨팅 시장은 2019년 5억달러(약 55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56%씩 성장해 2030년에는 650억달러(약 7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은 내다보고 있다.

한 단장은 "최근 중국 판지엔웨이 교수팀이 ‘사이언스’지에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성과도 내는 등 앞으로는 양자컴퓨팅 분야도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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