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한국증시]③ 韓 G20 최하위 배당국..배당 늘린 대만은 꾸준히 상승

이다비 기자 2021. 1.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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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 3000 시대에는 대만처럼 배당성향을 높여야 합니다. 기업은 이익이 나면 주주와 공유한다는 믿음을 투자자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배당수익률 자체도 좋아야 합니다. 주가야 경제 상황 따라 변하겠지만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건 투자자에게 리스크(위험)를 줄여주는 것이니까요."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 3000 시대를 이어가려면, 안정된 배당을 기반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금리 시대에서 배당은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배당이 늘어날 경우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은 고배당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줘 이른바 ‘바이(buy) 코리아’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배당에 인색한 경향은 그간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코스피지수 3000 시대를 이어가려면, 안정된 배당을 기반으로 주주환원 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시 상승에 배당이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는 대만의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만은 최근 몇 년간 배당수익률을 꾸준히 높였다. 현재 대만의 배당수익률은 4%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는 배당수익률이 1%대인 한국은 물론 2~3%대인 영국·프랑스·미국·일본·독일보다 높은 수치다.

그 결과 대만 가권지수는 최근 10년 간 약 66%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약 45% 상승했다. 배당수익률은 연간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다. 노 센터장은 "대만은 배당수익률 높이면서 증시가 한 단계 도약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배당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배당수익률은 2019년보다도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 12월 10일 기준으로 코스피200의 연간 배당수익률은 1.74% 수준이다. 강현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작년 현금배당액은 2019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작년 12월 유가증권 시장 시가 총액이 늘면서 배당수익률은 약 0.4%포인트(p)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정다운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 역시 세계적인 기준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 비율이다. 기업이 100만원 이익을 기록하고 나서 20만원을 배당했다면, 그 기업의 배당성향은 20%가 된다. 보통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배당수익률도 높게 나타난다.

주요 7개국(G7)의 평균 배당성향은 40%대다. 2019년 국내 배당성향은 41.25%를 기록했다. 언뜻 해외 수치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는 기업들의 이익 급감에 따른 착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실제 G7 국가의 평균 배당 성향은 한국의 1.5배 규모로, 한국은 G7을 넘어 G20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위치해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당장 배당수익률이나 배당성향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배당 주기를 세분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당을 자주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외국처럼 분기별 배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중간배당을 한다고 해도 대개는 일년에 두 번 배당을 실시한다. 이마저도 주로 연말에 몰려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사 199사 중 연말 배당을 시행한 회사는 171개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탓에 경영악화를 겪은 상당수 기업들이 중간 배당을 생략했다.

반면 미국 기업들은 상당수가 분기나 월 단위로 배당하고 있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1월, 4월, 7월, 10월에 배당한다. 통신회사 AT&T는 2월, 5월, 8월, 10월에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3월, 6월, 9월, 12월에 배당을 한다. 이 3개의 회사에 분산 투자하면 일 년 중 11월을 제외하고 매달 배당금을 달러화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글로벌 넷 리스처럼 매달 배당하는 곳도 있다.

배당을 꾸준히 자주하면 개인 투자자를 증시에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매 분기별 배당하는 미국 회사들은 월급처럼 꼬박꼬박 배당을 원하는 은퇴 생활자에게 인기가 많다. 이런 배당주기를 국내에 도입하면 고령층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잡을 수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배당은 주식 투자가 위험한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 "안정적으로 배당이 나오면 부동산으로 쏠렸던 자산이 주식 시장으로도 배분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정다운

전문가들은 주주환원 차원에서 배당과 함께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가 상승한다. 이 때문에 주주들은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기도 한다.

해외의 경우 자사주 매입은 보통 자사주 소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주가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우리나라는 자사주 매입을 하더라도 여전히 기업 재무제표에 남아있다. 즉, 매입한 자사주가 언제든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자사주 매입이 이뤄져도 해외보다 주가 상승이 더딘 편이다.

황 연구위원은 "기관 투자자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자사주 매입을 소각으로 의무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낮은 주주환원율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 받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2~2019년까지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주주환원율(순이익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5%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S&P500)은 평균 98%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황 연구위원은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 이외에 투자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한다고 조언했다.그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들에게 배당 확대, 배당 주기 세분화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 주기 세분화와 같은 내용은 기업 경영과 관련이 있는 만큼,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로 하여금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당을 늘리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 센터장은 정부의 정책 지원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배당금만큼 법인세를 공제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다"라며 "세금을 감면해주면 기업 입장에서도 좋고 배당금을 받는 투자자도 좋다"고 전했다. 그는 또 "주주환원 정책을 제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8월 박근혜 정권 당시 ‘기업소득환류세제’ 등으로 기업의 현금성 사내유보금을 배당으로 돌리려는 시도를 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제도는 기업이 이익의 일정분을 배당·투자 임금 인상에 사용하지 않으면 과세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바뀌면서 배당 관련 내용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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