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경찰 오자 억울하다 울먹인 '입양아 학대 사망' 부부

장우성 2021. 1.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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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이 놓여있다./남용희 기자

홀트아동복지회 상담기록으로 본 8개월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아동 학대로 숨진 정인 양을 보호하다 입양보낸 홀트아동복지회의 양부모 상담 기록이 공개됐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받은 가정방문 및 상담기록에는 친양자 입양신고를 한 지난해 2월3일부터 정인 양이 사망한 10월13일까지 가정방문,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양부모에게 확인한 내용이 담겼다. 양천구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측과 주고받은 연락 내용도 남았다.

이 기록에 따르면 학대신고 3차례와 의심 징후들이 나타날 때마다 양부모들은 억울하다고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 양이 활동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내고 TV 프로그램 출연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상담 기록을 바탕으로 주요한 시점의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5월26일-1차 학대신고에 "아토피가 심해"

첫번째 학대 의심 신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서 연락을 받은 홀트 측은 2시간 후 정인 양의 집을 방문했다. 입양 당시 거주지에서 이사를 간 양모는 상담원을 마중 나왔다.

양부는 4월부터 육아기 단축근로를 신청해 조기 퇴근 후 양육을 돕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이의 상태를 놓고는 걸음마 단계라 자주 넘어져 몸에 상처가 많고 아토피와 건선으로 몸을 많이 긁어 병원 진료를 받고있다고 설명했다. 정인 양의 아토피를 걱정해 오래 키운 반려견도 분양보냈다고 덧붙였다.

배, 허벅지에 생긴 멍자국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원래 몽고반점이 몸 전체에 많고 긁는 습관으로 상처도 많다고 주장했다. 홀트 측 상담원은 "양부모가 공개입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갑작스런 학대신고에 당황해했다"고 적었다.

이날 아보전에서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은 가정 방문 조사를 벌였다. 정인 양이 양모의 품에 계속 안겨 있는 등 상호 작용 관찰 결과 분리할 필요는 적다고 봤다. 홀트 측은 입양 전 정인 양을 위탁했던 가정에 문의한 결과 양모 주장대로 유난히 피부가 건조해 관리가 필요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양모는 경찰 조사 이틀 후 홀트 상담원과 통화에서 "심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였고, 이러한 사건으로 입양가정 전체와 입양기관이 오해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울먹였다. 또 "입양아동 역시 자신의 친생자녀와 똑같아 편안한 마음으로 양육했는데, 앞으로는 더욱 세심하고 면밀히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6월25일-깁스한 아이 "약간 금이 가 밴드로 고정"

정인 양이 다니던 어린이집을 방문한 아보전 담당자는 어린이집 교사에게 우려스러운 말을 듣는다. 아이의 쇄골 주위에 실금이 생겨 2주간 깁스를 했다는 사실이다. 양부는 목 주위가 부어있어 당일 병원에 갔더니 쇄골에 약간 금이 갔다며 밴드로 고정하는 치료를 해줬고 완치됐다고 해명했다. 담당자는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6월29일-차량에 방치해 2차 신고

아보전 담당자와 경찰은 다시 정인 양의 집을 방문했다. 양모가 정인 양을 30분가량 차 속에 방치했다는 학대 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보전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경찰에 다시 수사의뢰를 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양부는 비오는 날 양모가 친생 자녀를 데려다주느라 정인 양을 잠깐 차량에 두고 갔다가 어린이집 원장과 실랑이를 벌인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블랙박스 기록은 없었다. 홀트 측은 유감을 표시하고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양부는 "입양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너무 순수하게 모든 사람에게 입양을 공개한 것에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이후 양부모는 홀트 측에 정인 양이 자신들의 친생자녀와 노는 모습 등을 담은 동영상을 보내왔다.

◆8월5일-아이 몸에 수많은 '몽고반점'

양천경찰서 담당 수사관은 홀트 측에 전화를 걸었다. 차량 방치 건으로 신고된 양모를 조사할 때 같이 온 정인 양을 보니 온 몸에 몽고반점이 많은데, 원래부터 이렇게 많았느냐는 문의였다. 홀트 측은 기관에서 보호할 때도 온몸에 몽고반점이 많았다고 확인해줬다. 다만 수사관은 사건을 종결하지는 않았다.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이 놓여있다./남용희 기자

◆9월18일-화난 양모 "아이가 밥을 먹지않는다"

갑자기 양모가 홀트 측에 전화를 걸어왔다. "애가 요즘 너무 말을 안 듣는다. 일주일 째 거의 먹지않는다.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성을 냈다. 상담원은 아이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그럴 수 있으니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지만 꺼려하는 눈치였다. 양부에게도 전화해 병원에 빨리 데려갈 것을 권했다. 양부는 아이의 증상을 확인하면서 열도 났다고 전했다.

상담원은 아이가 일주일 동안 먹지않았다니 걱정이 됐다. 병원 방문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전화했지만 양부모는 받지 않았다. 뒤늦게 통화된 양모는 아이가 잘 먹지않는다는 것이지 굶은 것은 아니라며 병원은 다음날 가려고 한다고 사무적인 어투로 대꾸했다.

◆9월23일-세번째 신고에 눈물로 억울함 호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세번째 학대신고가 들어왔다. 어린이집에 다시 등원한 정인 양 체중이 1kg 정도 줄어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당일 아보전과 경찰이 분리 조치를 위해 방문하자 양부모는 억울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양부와 동행해 소아과 진료를 본 결과 입 안에 상처가 있지만 외상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양부는 칫솔을 바꾼 영향이 아니냐고 주장했고 의사는 가능성을 인정했다.

양부는 "아동을 잘 양육하고 있는지 자꾸 확인하려고 하는 거 같아 양모가 불편해한다"며 "앞으로 자신과 소통해달라"고 홀트 측에 요구했다. 정인 양은 컨디션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했다.

홀트 측은 추석 연휴 직후 가정방문을 해 확인하겠다고 요청했지만 양부는 연휴 다음주로 시간을 미뤘다. 결국 10월 15일 오전 10시로 날짜를 잡았다가 오후 4시로 더 늦췄다.

양모는 EBS 프로그램에 가족이 함께 출연한다며 상담원에게 연락을 해왔다. 정인 양은 이전보다 더 잘 먹고 건강하며 명절을 맞아 함께 조부모 댁을 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날은 10월3일, 정인 양 사망 전 마지막 연락이었다.

◆10월13일-"90% 이상 아동학대"라는 담당 의사

양천경찰서 담당자가 홀트에 연락해왔다. 정인 양이 학대로 입원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아보전 담당자는 양부의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가 정인 양이 복수가 차올라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홀트 상담원이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정인 양은 CPR(심폐소생술)을 받는 중이었으나 잠시 후 심정지 재발생으로 오후 6시 40분경 사망선고를 받았다. 의사는 상담원과 면담을 요청해 여러 정황으로 봐 90% 이상 아동학대에 따른 사망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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