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로 영어공부? '리슨 뚜우 미' 남미·프랑스 배우 영어발음 듣다보면 '귀가 뻥'

한겨레 2021. 1. 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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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덕후들의 OTT 충천소] 김영철의 미드로 영어공부 ② 잘 들리는 미드

<한겨레> 자료 사진.

여러분은 왜 미국드라마(미드)를 보는가? 재미로? 유행 따라? 한국의 많은 시청자는 ‘영어공부’를 위해 미드를 본다고 말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른바 ‘덕후들의 오티티 충전소 번외편’. 영어공부를 ‘성실한 소’처럼 하는 걸로 유명한 방송인 김영철이 2021년 새해를 맞아 <한겨레> 독자를 위해 ‘미드로 하는 영어공부 방법’을 전수한다. 총 3회에 걸쳐 ①미드 영어공부 첫걸음 ②영어가 잘 들리는 미드 추천 ③미드 자막 활용 공부법을 주제로 연재한다.

여러분, 너무 놀랐잖아요. 제 글이 재미있는 겁니까? 새해가 되니 여러분의 학구열이 불타는 겁니까? 지난주 처음 나간 제 칼럼을 너무 많은 분이 읽었다는 거 아닙니까. <한겨레> 많이 본 기사 상위권에 딱! 잠시나마 <섹스 앤 더 시티> 캐리가 된 기분이었어요. ‘이게 머선 일이고!’

<섹스 앤 더 시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 드라마 때문에 알게 된 또 다른 작품이 있어요. <에밀리 파리에 가다>. 코로나 탓에 영어 학원도 못 가던 지난해 10월, 갑자기 지인들 에스엔에스에서 자주 눈에 띄더라고요. 저를 확 끌어당긴 건 <섹스 앤 더 시티> 제작사가 만들었다는 설명이었어요. 얼마나 재미있게 잘 만들었겠어요. 어디 한번 봐볼까~. 시놉시스 찾아보니 배경이 파리네. 미국 시카고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에밀리가 파리에 출장을 가서 겪는 이야기. 25분 남짓의 10부작으로 구성된 짧은 드라마. 2018년 파리에 갔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코로나로 여행도 못 가는데, 에펠탑, 센강, 바게트…. ‘그래 파리나 실컷 보자’ 하는 마음으로 봤죠. 미드가 좋은 게 또 그거잖아요. ‘방구석 세계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에밀리, 파리에 가다>. 넷플릭스 누리집 갈무리

그런데 ‘진짜 머선 일이고!’ 극 중 프랑스인들의 영어 발음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거 아니겠어요. 리스닝(듣기)에 딱 맞는 미드 발견! 사실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분들이 영어를 하면 이상하게 잘 들려요. 그래서 많은 학생이 이렇게 착각하죠. “다 들리는데 말을 못할 뿐”이라고. 하하하. 근데 이 작품은 더 잘 들리는 거지.

처음 미드로 영어공부 할 때는 <프렌즈> 같은 시트콤이 좋다고들 하는데, 좀 더 파고들면 거기에도 숨은 팁이 있어요.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캐릭터에 집중해서 듣는 것. 그리고 어르신들을 사랑하는 것. 응? 작품 몇개 추천해볼게요.

<모던 패밀리>. 2009년 시작해 2020년 시즌11이 끝났죠. 저처럼 미드로 공부할 때 선택하는 첫 작품이죠. 관전 포인트는 남미 출신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 캐릭터가 굉장히 웃겨서 재미있어요. ‘글로리아 프리쳇’을 연기하는데 국내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있어요. ‘똑뚜미(Talk to me) 여사’. 항상 아들한테나 남편한테 궁금한 게 있을 때 “내게 말해달라”면서 남미 특유의 톤으로 “리슨 마이 싸안 쁘리즈 똑뚜우미~”라고 말하기 때문이죠. 발음이 강하고 독특해 간혹 자막에 의존해야 할 때도 있지만 아주 잘 들려요. 처음엔 많이 들으며 다양한 영어 발음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런 훈련에 맞춤인 작품이죠.

<모던 패밀리>. 프로그램 누리집 갈무리

그리고 할머니·할아버지가 나오는 시트콤도 리스닝 공부에 좋아요. 대표적인 게 <그레이스 앤 프랭키>. 2015년 시작해 시즌6이 지난해 1월 끝났어요. 아주 미국적인 이야기예요. 이름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그레이스와 코미디언보다 더 특이하고 재미난 프랭키. 이 둘의 남편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아아 여기까지! 하여튼 그 뒤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 가족 시트콤이에요.

내용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추천하는 이유는 두 주인공의 발음 때문이죠.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와 비교해 말하는 속도가 좀 느려지기 마련이에요. 정확하고 또렷하고 그리 빠르지 않은 두 여주인공의 영어 발음이 귀에 잘 들어와요. 아마 양희은 선배가 영어로 말하면 이런 톤과 발음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어학연수를 가면 할머니·할아버지와 대화하며 귀가 뚫렸다고 말하는 친구가 많아요. 그레이스가 프랭키한테 “만약 너 본 거 있음 다 말해”를 영어로 이렇게 해요. “씨이 써엄띵 쎄에이 써엄띵!”(See something say something) 흐트러지지 않고 아주 똑똑히! 처음에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보면서 너무 잘 들려서 살 좀 보태어 내가 네이티브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하.

<그레이스 앤 프랭키>. 넷플릭스 누리집 갈무리

최근 2주 자가격리를 하며 오티티(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드라마를 정말 많이 봤어요. 예전에는 <엔비시>(NBC) <에이비시>(ABC) 등의 작품을 유료로 다운받고, 미국에서 시디(CD)를 사 오곤 했어요. <프렌즈>도 시디를 사서 공부했죠. 라떼는 말이야~ 그렇게 힘들게 시디 사고, 유에스비(USB)에 담아 친구들과 주고받으며 공부하곤 했답니다. ‘영철, 지금 무슨 얘기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드시죠? 언제든 편리하게 다양한 미드를 볼 수 있는 시대니 더 열심히 공부하자는 얘기예요.

보통 발음이 정확하고 전달력이 좋은 뉴스가 리스닝에 도움이 된다고 <시엔엔>(CNN) 등을 추천하잖아요. 하지만 초보 단계에서는 그 나라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다면 오히려 답답해서 싫증 나기 딱 좋아요. 뉴스를 듣고 싶다면 재미있는 연예정보나 <아리랑티브이>처럼 국내 소식을 영어로 전하는 뉴스를 보는 게 나아요. 아는 단어가 들리면 자신감이 생기니까요. 조금이라도 들려야 들을 맛이 나요.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글은 참고용일 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해요. 영어는 하루아침에 늘지 않아요. 꾸준함이 방법입니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귀가 뚫려요. 자 모두 다 같이 힘을 내요 슈퍼파월~.

코미디언·SBS <철파엠>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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