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처에 손 놓은 공무원들, 정부가 진공 상태 아닌가

2021. 1. 9.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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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 도로에서 출근길 차량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연합뉴스

최근 도대체 중앙정부, 지방정부란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 묻게 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 나라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시는 대설과 한파 늑장 대처로 시민들이 며칠 동안 교통 대란을 겪게 했다. 기상청이 일찌감치 “눈 예보를 확대했으니 제설을 대비하라”고 알렸는데도 서울시는 6시간 이상 지나서야 2단계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그때는 이미 일부 지역에 폭설이 내리고 퇴근 차량이 쏟아져 나와 제설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서울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기상청 예보가 부정확했다며 남 탓을 했다. 서울시는 사전에 시민들에게 폭설 대비 안내도 하지 않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자살하거나 물러났다. 그들 휘하의 조직이 건강했겠나. 서울시장이 없는 지금도 산하 교통방송은 폭설 교통 안내가 아니라 예능이나 정치 선전을 하고 있다.

서울 동부구치소는 바이러스 전파 초기에 방심한 데다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대응도 엉터리로 해서 수용자 절반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사태를 야기했다. 첫 감염자가 나올 때까지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고, 밀접 접촉자와 일반 수용자를 구분하지 않고 강당에 모아놓거나 운동장·목욕탕을 같이 쓰게 해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 법무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공직자가 수백 명에 이를 텐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해서도 데모를 하면 그 직종을 빼주는 등 정부 스스로가 신뢰를 허물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코로나 백신 구매 경쟁을 벌이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백신 구매에 나서지 않다가 국민이 다른 나라 접종 속도전을 바라만 보게 만들었다. 담당 공무원들이 감사원에 백신 도입 관련 문의를 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는 한 달 전에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 가능성’을 보고받았는데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유조선이 나포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란이 통상적이지 않은 경고 신호를 계속 발신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국민은 나라를 잘 관리해달라고 막대한 세금을 내 공무원들에게 급여와 연금을 주고 있다. 현 정권 출범 후 공무원을 연평균 3만명 가까이, 합쳐서 무려 9만명이나 늘렸다. 공무원 시험을 치를 때마다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몰려 수십 대 일,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처우와 복지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국민 공복의 자세는 고사하고 일상적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 지침에 따라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면서 정부 혁신의 하나로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런데 정권 초기부터 적극 행정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지난 정부 전체를 적폐로 몰면서 공무원에게 인사 등 불이익을 주면서 공무원 복지부동이 시작된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등 무리하고 왜곡된 정책 강요도 공무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렸다. 대통령 이하 정권 핵심들이 오는 4월 보선 등 오로지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이 다 알고 있기도 하다. 힘 들일 필요 없이 수십 조원씩 빚내 돈을 뿌리는 정책이 거듭되면서 방만하고 나태한 정서가 정부에 만연하고 있다.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방만한 정부와 공무원 사회의 해이가 어떤 문제를 부를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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