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과 비대면..부부싸움 줄었어요"

김미리 기자 2021. 1. 9.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코로나 시대 新 가족 사랑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남편이 승용차로 데리러 와요. 코로나 걸리면 어쩌느냐면서. 얼핏 들으면 애처가 같죠? 더 들어보라니까요. 행여 제가 걸렸다간 자기 회사 동료까지 민폐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대요. 내 걱정인지 자기 걱정인지.” 자랑인가 핀잔인가. 맞벌이 직장인 A(여·51)씨가 웃으며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부부 사랑 아닐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의뢰해 20~60대 남녀 5111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코로나 이후 1년간 ‘가족 갈등이 줄었다’가 30.46%로 ‘늘었다'(17.02%)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불가항력의 바이러스 외침(外侵) 속, 툭 하면 짜증 내뱉던 가족이 표면적으론 휴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세대가 낮을수록 마찰이 적어졌다는 비율이 높았다. 20대에선 ‘갈등이 줄었다’가 45.50%. ‘늘었다'(12.20%)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코로나 1년 그래프 박스용

갈등이 줄어든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답은 ‘가족과의 거리 두기 덕분’이었다. 취업·결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30대에서 두드러졌다.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에 사는 20대 응답자(여·28)는 “부모님과 만나면 취업 걱정을 많이 하셔서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코로나 감염을 이유로 자주 안 보게 되니 오히려 관계가 좋아졌다”고 했다.

주부에겐 ‘비대면 시댁’이 호재였다. 경기도에 사는 50대 주부(57)는 “코로나를 핑계로 시댁에 안 갈 수 있어 좋다. 주 갈등 원인이 없어지니 남편과 싸울 일도 줄었다”고 했다. “저녁 약속이 줄어 부부 싸움을 덜 한다”(남·51) “소비가 줄어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된다”(남·62)는 남편도 적잖았다. “모두 힘든 상황이라 웬만하면 이해하고 넘어가려 한다” “집밥 먹으면서 대화가 늘어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답도 많았다.

사이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재택근무가 잦아지면서 살림 분담·육아 참여도에 따라 관계가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집콕'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집안일을 많이 하게 돼 마찰이 줄었다”(남·69)는 답이 있는가 하면, “재택근무 하는 남편이 육아를 안 도와줘 말싸움이 늘었다”(여·35)는 답도 있다. 세대별로는 40대와 50대에서 ‘갈등이 늘었다’는 답이 각각 20.20%, 19.00%로 1, 2위를 차지했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연령층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한 주부 응답자(45)는 “집에 있는 것만도 갑갑한데 반항하는 사춘기 아이와 있으려니 스트레스가 두 배”라고 했다. ‘TV 채널 싸움’ ‘안 치워서’ ‘잘 안 씻어서’ 등도 사소한 갈등 원인으로 꼽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