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 To Build a Beautiful Pat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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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승리보다 아름다운 패턴을 우선시하니까요.”(Because I’m not playing to beat you. I’m playing to build a beautiful pattern.)
할런은 마르타와 오목을 둬서 한 번도 이겨 보질 못했다. 심지어 여든다섯 번째 생일에 생떼를 부려 마르타를 붙잡아 놓고 둔 판에서도 패배했다. 세계적인 추리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여든다섯이나 된 할런은 이 새파란 간호사에게 매번 진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묻는다. “왜 널 한 번도 못 이기지?”(Why can’t I beat on you at this game?) 마르타는 승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패턴을 우선시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답한다.
할런의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리극 ‘나이브스 아웃'<사진>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저마다의 꿍꿍이가 있다. 승리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인물도 있고 승리를 위해 배신과 협박을 하거나 살인을 하기도 한다. 마르타만이 다정했던 할런을 추모하며 딴마음을 먹지 않는다. 마르타는 심지어 살인범으로 몰릴 위기에서도 죽어 가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경찰을 부른다거나 영악한 유족들의 교활한 말을 그대로 믿고 할런에게 상속받은 모든 유산을 유족들에게 넘기려 하기도 한다. 대책 없이 맑고 선하고 순진해서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인물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현대판 권선징악 동화처럼 그 순진한 마르타의 완벽한 승리로 끝난다. 유일하게 승리를 위한 꼼수를 부리지 않은 인물, 정직과 선함으로 아름다운 패턴에 집중한 인물이 승자가 되는 이야기다. 승리에 가장 집착하지 않은 인물이 승자가 되는 역설이라니 요즘 세상엔 참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설정이다. ‘나이트 크롤러'에서 사건을 조작해 특종을 터뜨리는 악랄한 주인공 루이스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성공하는 일이 흔한 세상이니까.
그런데 이게 정말 판타지일까? 말도 안 되게 순진하고 낭만적인 이야기 같지만 아주 의외로 현실에서도 자주 보이는 장면이다. 지름길로 보이는 약은 수를 탐하지 않고 먼 길을 돌더라도 옳은 길을 뚜벅뚜벅 걷는 사람이 결국 승리하는 장면.
어떡하면 빨리 갈까 머리를 굴리는 새해에 칼럼을 위해 이 장면을 다시 보다 보니 뒤통수가 저릿하다. 새해엔 잔머리에 에너지 낭비하지 않고 오직 아름다운 패턴에 집중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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