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시름시름 투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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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뉴노멀’ 중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프면 출근하지 않습니다”라는 지침입니다. 아파도 등교해 공부하고, 출근해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데 고작 열 있고 기침 나는 정도로 회사에 나오지 말라니요.
각종 잔병 앓으며 눈치 보던 ‘프로 골골러’들이 이때다, 그간의 설움을 쏟아내는 모양입니다. 서점가엔 ‘시름시름 투병기’가 연이어 등장하네요.
“‘또 아파?’라는 말을 들었다, 오늘도.” 위장병,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열 등을 줄기차게 앓아온 16년 차 회사원 강이람씨가 쓴 ‘아무튼, 반려병’(제철소)의 부제입니다. 판매에 대한 출판사 우려가 무색하게 출간 두 달 만에 중쇄를 찍었습니다. 직장 생활 하며 갖은 고질병을 얻은 3040들이 많이 사 본답니다.
원인 모르는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다울씨의 ‘천장의 무늬’(웨일북)도 석 달 만에 5000부 팔렸습니다. 저자는 “엄살이라는 말이 우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적고 말하고 듣는 일이 원활해졌으면 한다”고 적었습니다.
책들은 ‘아픈 사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지적합니다. 강이람씨는 “또 아프냐는 질문은 ‘네’ ‘아니요’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의문문의 탈을 쓴 명령문이다. 어떤 의도로 물어보았건 결론은 ‘그만 좀 아파!’라는 것인데 그 말이 아픈 이들에게는 깊은 상처가 된다”고 말합니다. 아프면 폐가 되니 죄책감을 가지라는 은근한 압력. 오죽하면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동녘)라는 책까지 나왔을까요.
확진자 발생 문자가 또 들어오네요. 수전 손택이 ‘은유로서의 질병’에 적은 문장을 곱씹어 봅니다. “사람들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이 두 왕국의 시민권을 갖고 태어나는 법, 아무리 좋은 쪽의 여권만을 사용하고 싶을지라도, 결국 우리는 한 명 한 명 차례대로, 우리가 다른 영역의 시민이기도 하다는 점을 곧 깨달을 수밖에 없다.” 곽아람·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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