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문제점, 작년 11월부터 지적했지만 당국이 묵살"
3차 코로나 대유행 가운데 전국 요양병원에서 동시다발적인 집단감염이 터지기에 앞서 요양병원들이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방역 당국이 이를 묵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작년 12월에만 996명이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됐고, 요양병원 14곳이 코호트 격리됐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울산 이손요양병원 원장)은 8일 본지 통화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요양병원은 집단감염의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코호트 격리를 하더라도 확진자를 바로 다른 병원으로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 조치해야 한다’고 협회 차원에서 방역 당국에 꾸준히 건의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며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이 들어가고, 사망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하니까 그제야 정부가 문제점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코로나 발생 요양병원을 통째로 격리하면서도 확진자 이송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요양병원은 ‘죽어서야 나올 수 있는 코로나 감옥’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2월 이후 1월 3일까지 사망한 481명 중 230명(47.8%)이 요양병원 등을 통해 코로나에 감염됐다. 경기 부천효플러스 병원 한 곳에서만 54명이 사망했다.
손 회장은 방역 당국의 관리 부실도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확산된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초기엔 확진자가 나오면 당국에서 직접 전문가가 파견돼 방역 관리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인력이 모자라 지자체 공무원들이 나온다”며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이 현장 관리를 하면서 밀접 접촉자와 음성 판정자의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확산세가 더욱 커졌다”고 했다. 또 “일부 지자체는 여러 곳에서 집단감염이 터지자 공무원이 현장에 나오지 않고 전화로만 연락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정부는 지난 3일 환자 이송과 함께 의료진 등을 지원하는 요양병원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말 잔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정부 발표만 보면 의료 인력을 직접 지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병원이 나서 인력을 구하면 지자체가 임금을 대신 지급하는 형태”라며 “코호트 격리 중인 병원에 누가 지원을 하겠냐”고 했다.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 물품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보건소에서 ‘라텍스 장갑과 가운 물량이 없어 지원이 어렵다’고 통보가 와 자비로 구입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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