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텃밭은 백설기 같다".. 시인이 노래한 강화도
함민복 지음|시공사|248쪽|1만3800원
충북 충주 출신의 시인 함민복은 지난 1996년 강화도의 풍광에 매료돼 섬에 눌러앉아 25년째 살고 있다. 어느덧 강화도의 시인으로 불리는 그가 섬 생활의 나날을 노래하듯 흥얼흥얼 유려하게 써 내려간 산문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시인은 “나는 내 바깥의 세상에 수많은 섬으로 존재하고, 세상은 내 속에 수많은 섬으로 존재한다”며 “나는 모든 것의 뭍이고, 모든 것은 나의 뭍이다. 섬 속에 뭍이 있고, 물 속에 섬이 있다”며 선승(禪僧)처럼 일갈했다. “뒷산에서 불붙는 소리를 내며, 아니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초겨울 바람에 가랑잎이 따닥따닥 따다닥 지고 있다. 나무의 섬이 흩날린다. 나는 책이라는 섬을 띄운다. 만나라, 따뜻한 손가락 삿대, 마음 돛폭.”
시인은 섬에서 보낸 한 철을 ‘네 평 정도 되는, 수첩만 한 텃밭’에 기록했다. “겨울, 먹을 것 없는 새들 날아와 먹으라고 털지 않은 고욤이 눈 내린 텃밭에 듬성듬성 떨어졌습니다. 검고 쪼글쪼글하지만 단 고욤알. 텃밭은 누가 봉송으로 돌린 백설기 한 켜 같았습니다”라는 것. “봄. 작은 밭을 삽으로 파 일궈놓고 무엇을 심을까 즐거운 고민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라고 한 시인은 “여름. 고추야 고맙게 잘 자랐구나”라고 감탄했고, “가을. 토마토 밭 앞 고욤나무 그늘에 앉아 토마토를 먹다가 토마토에게 미안한 맘이 들기도 했습니다. 토마토는 내가 먹는 것보다 까치가 쪼아 먹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씨앗을 위해”라며 텃밭에서 한 철을 보낸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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