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혼밥하기 맞춤한 샐러드 맛집… 몸도 마음도 푸릇푸릇해지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1. 1.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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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주의자’의 단골
소설가 한은형
서울 광화문 'TLC'의 연어와 아보카도 플래터./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소설가 한은형씨는 스스로를 채식주의자가 아닌 ‘초록주의자’로 규정한다. 채소만 먹지는 않지만 채소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 “채식주의자가 돼보려 한 적은 있었지만 살이 너무 빠지고 기운이 없었어요. 채소가 아닌 것들도 다시 먹게 되면서 채소만 먹을 때보다 오히려 채소를 좋아하게 됐어요.”

채식주의자가 아닌 초록주의자가 즐겨 찾는 맛집은 어디일까. 그는 “원재료를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채소로 인해 더 맛있는 식당”이라며 4곳을 소개했다. 초록의 원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TLC

“혼밥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어요. 씨네큐브에서 영화 한 편 보고 낮 1시쯤 나와 오르막길을 잠시 걸으면 이곳에 도착해요. 샐러드를 먹겠다고 가지만 주로 밥이 있는 메뉴를 시키게 돼요. ‘연어와 아보카도 플래터’라는 건데, 허브와 소금에 절인 연어와 같이 나오는 현미밥이 정말 맛있거든요. 렌틸과 키노아 샐러드, 허머스, 리코타 치즈, 캄파뉴빵(시골빵)이 나오는 ‘TLC’ 샐러드를 먹다 보면 감동하게 돼요. 재료의 충실함과 야채를 존중하는 느낌을 받지요.”

파스타, 샌드위치 등 브런치 메뉴로 이름난 맛집. 경쟁 치열한 서울 광화문에서 올해로 17년째를 맞았다. 파스타⋅샐러드⋅ 샌드위치 등 모든 메뉴가 평균을 훌쩍 넘으니 안심하고 이것저것 주문해도 된다. 오늘의 수프를 해장용으로 먹으러 오는 남성도 꽤 있다.

연어와 아보카도 플래터 1만6000원, TLC 샐러드 1만원, 양파잼과 세 가지 치즈 샌드위치 1만원, 오늘의 수프 3500·5500원. 서울 종로구 사직로8길 34 경희궁의아침 3단지, (02)736-0177

쭈락

“간판 옆에 쓴 ‘제철’과 ‘남도’를 보며 한국 사람들이 품는 기대를 모두 만족시키는 집이에요. 시금치와 미역, 쪽파가 들어 있는 주꾸미 샤부샤부 먹어 보셨나요? ‘이제까지 먹었던 시금치는 뭐였나’ 싶을 정도로 시금치가 맛있어서 탄성을 지르게 돼요. 알이 꽉 차다 못해 흘러넘치는 주꾸미 머리(실제로는 몸통)를 미역과 시금치에 휘감아 먹는 맛이란…. 바다와 대지가 입안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랄까요.”

겨울에는 새조개, 봄에는 주꾸미, 여름에는 덕자 등 제철 해산물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집이다. 한은형 작가는 서빙 담당하는 ‘이모님’들의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 “주꾸미가 익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포착, 다리와 몸통을 재빨리 분리해주세요. 덕분에 야들야들하면서 알이 꽉 찬 주꾸미를 즐길 수 있죠.” 주꾸미를 철판구이로 먹을 수도 있는데, 이때는 반드시 볶음밥을 먹어야 한다. 절반은 김치에 매콤하게, 절반은 주꾸미 먹물에 볶아준다. 색과 맛의 강렬한 대비가 아름답다. 백김치, 갈치속젓, 뱅어포 조림, 풀치 등 반찬도 훌륭하다.

주꾸미 샤부샤부 5만·7만원, 새조개 샤부샤부 10만원(2인분), 홍어삼합 6만·8만원. 경기도 성남 분당구 성남대로 331번길 3-9 2층, (031)717-8100

수민이네

“여기 가기 위해 부산에 가고 싶을 정도예요. 저는 장어를 거의 먹지 않았는데 이 집에서 먹고 좋아하게 됐어요. 숯불에 구운 장어도 장어였지만, 처음 먹어보는 풀과 기가 막히게 어울렸거든요. 박하 같기도 하고 아니스(anise·향미료로 쓰이는 미나리과 식물의 씨앗) 같기도 했는데 바로 ‘방아잎’이었어요. 평생 먹은 장어보다 이날 먹은 장어가 많을 거예요. ‘택시 타지 말고, 꼭 폐선된 기찻길을 따라 걸어오라’는 소설가 선배의 지침을 따랐던 것도 맛의 비결이었던 듯싶네요.”

해운대 청사포에 모여 있는 조개구이집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으로 꼽힌다. 조개를 어떻게 익히고 맛있게 먹는지 알려주는 ‘애자이모’라는 종업원 덕분이기도 하다. 조개뿐 아니라 모든 해산물에 해박하다. 장어구이 4만5000원, 조개구이 3만5000원, 전복구이 3만원, 우럭구이·매운탕 각 3만5000원.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 58번길 118, (051)701-7661

술의식물원

“‘카페 밥은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불식하는 곳이에요. 우연히 갔다가 먹은 차와 음식이 맛있어서 메뉴를 다 먹고 싶더라고요. 가격이 진짜 저렴한데 뭐가 남나 싶을 정도로 고급 재료를 쓰셔서 놀랐어요. 감바스(스페인식 새우 요리)도, 버섯 샐러드도, 스튜도 좋은 재료와 허브를 듬뿍 써서 신선하고 풍만한 맛이었어요. ‘안목 좋은 분이 하는 음식은 이런 거구나!’ 감탄하며 감사히 먹었습니다.”

한은형 소설가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술이 주인공이고 음식은 조연이다. 수제 맥주와 와인, 사케(일본 청주), 일본 소주 등 주류가 다양하다. 음식은 계절에 따라 자주 바뀐다. 안초비와 선드라이 토마토로 맛을 살린 올리브 견과 절임 4000원, 마리네이드 방울토마토 5000원, 제주 감자와 당근으로 만든 샐러드 4000원,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 가루와 파슬리를 뿌린 건강 감자칩 6000원. 제주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53, (070)8900-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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