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성운동 주제가 부른 레디처럼 역경 이겨낸 여성 이야기 전하고 싶죠"
호주 교포인 문은주(57·사진) 감독은 미국 가수 토니 베넷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을 만든 연출가. 네 살 때 온가족이 함께 호주로 이주했다.
남편 디온 비비도 영화 ‘게이샤의 추억’으로 2006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촬영 감독이다. 이들 부부는 2013년 미 로스앤젤레스 시상식에서 호주 출신 여가수 헬렌 레디(1941~2020)를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서 만났다. 레디는 1970년대 미 여성운동의 주제가였던 ‘나는 여자(I am Woman)’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라서 ‘페미니즘(여성주의)의 상징’으로 불렸던 전설적 가수다.
그 뒤 문 감독은 레디의 순회 공연에 동행했고, 지난해 레디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아이 엠 우먼’(14일 국내 개봉)을 완성했다. 이들의 우정은 레디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7년간 계속됐다. 문 감독은 5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에게는 비욘세보다 유명했던 가수라고 일러준다”면서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오른 여성들의 이야기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감독의 말처럼 레디는 이혼하고 홀로 딸을 키웠던 ‘싱글맘’ 가수였다. 1966년 호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뒤 단돈 230달러(약 25만원)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나는 강해(I am strong), 나는 꺾이지 않아(I am invincible), 나는 여자(I am Woman)”라는 노랫말의 ‘나는 여자’를 포함해 3곡의 빌보드 1위곡을 발표했다. ‘섹스 앤드 더 시티’ 영화판 속편에서 여성 주인공 네 명이 열창했던 노래다. 문 감독은 “어릴 적 어머니와 친구들이 라디오에서 이 노래만 나오면 볼륨을 키우고 함께 불렀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언젠가 블랙핑크 같은 K팝 그룹들이 이 노래를 한국적으로 리메이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 감독은 레디와 가족들 앞에서 별도의 시사회를 열었다. 그는 “영화가 끝난 뒤 레디가 저를 안아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지난해 호주 개봉 직후 레디는 세상을 떠났다.
문 감독은 법학을 전공한 뒤 방송 기자로 경력을 쌓다가 영화계로 뛰어들었다. 남편 비비는 문 감독의 작품에서도 카메라를 잡는다. 문 감독은 “원할 때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 물론 감독이 24시간 내내 귀에 대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촬영 감독은 없겠지만…”이라고 했다. 한국과 관련된 영화를 만드는 것이 향후 목표. 그는 “언젠가 배우 송강호씨와도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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