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실패 스웨덴… 국민도, 민심도 잃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입력 2021. 1. 9. 03:02 수정 2024. 1. 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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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역풍… 총리 지지율 한달새 38%→31%로 급락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AFP 연합뉴스

코로나 감염증 사태를 맞아 선진국 중 유일하게 집단면역을 추구하는 실험을 했던 스웨덴이 방역 실패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1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스테판 뢰벤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해 정권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일간 아프톤블라데트가 지난 5일(현지 시각)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뢰벤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31%에 그쳤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 38%였던 지지율이 한 달 사이 7%포인트 빠진 것이다. 뢰벤 총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2%에서 42%로 급등했다.

스웨덴의 방역 성적은 이웃나라와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스웨덴은 지난 7일까지 확진자가 48만2284명 나와 그중 9262명이 숨졌다. 이웃 노르웨이(5만3792명 확진·467명 사망)와 비교해 확진자는 9배, 사망자는 20배다. 핀란드(3만7772명 확진·584명 사망)와 비교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스웨덴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식당·술집 영업을 계속 허용하고 학교 수업을 이어가며 봉쇄령과 이동금지령 없이 버텼다. 국경 통제를 하지 않았고, 마스크 착용마저 강제하지 않았다. 대다수 유럽 국가가 강도 높은 봉쇄 조치를 취한 것과 달리 국민의 자율에 맡겼다. 안데르스 텅넬 공공보건청장은 “봉쇄 조치가 전염병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집단면역을 추구했다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독자적인 방역 정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부유한 복지국가라는 이미지에 생채기가 났다. 심각한 내부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은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실패했다. 세상을 떠난 이가 너무 많아 처참한 심정”이라고 했다. 국왕이 뢰벤 총리의 방역 실패를 질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스웨덴은 지난달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중등학교에 등교를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스웨덴만의 독자적인 느슨한 방역도 이제 거의 끝났다”고 했다.

정부 고위 인사들이 방역 지침을 어기는 ‘내로남불’ 행동을 일삼은 것도 민심이 등을 돌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뢰벤 총리는 지난 연말 국민에게 쇼핑몰을 비롯해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하고 여행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크리스마스 직전 스톡홀름 시내에서 쇼핑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호된 비판을 받았다.

막달레나 안데르손 재무장관은 스키 리조트에 나타났고, 모르간 요한손 법무장관도 연말 세일을 노려 쇼핑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재난방재청을 이끄는 댄 엘리아손 청장은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대서양의 카나리아 제도를 방문한 사실이 발각됐다. 민심이 들끓으면서 엘리아손은 7일 자진 사퇴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을 이끄는 뢰벤 총리는 용접공 출신 노동운동가였다. 2014년 총선에서 이겨 총리로 취임했고 2018년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사회민주당은 전체 349석 의회에서 100석뿐이며, 16석 녹색당과 함께 116석의 소규모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다. 정권에 우호적인 소수 정당들의 도움을 받아 버티고 있기 때문에 기반이 취약하다. 방역 실패 책임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는 정권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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