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팬데믹 경고에도 왜 예측하지 못했나
예측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코로나 사태, 과정 중요성 일깨워
매일 엄청난 데이터 '소음' 속에서
의미있는 '신호' 찾아야 예측 가능
예측의 질적 수준이 미래 삶 좌우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무엇을 타고 퇴근해야 가장 빨리 집에 도착할까, 어떤 주식을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예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에 옮긴다. TV와 라디오,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는 다른 이들의 각종 예측을 듣고 이를 참고해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때문에 예측의 질적 수준에 따라 우리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결정된다는 사실은 너무 쉬운 추론 가운데 하나다.
때때로 어떤 예측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예측이 대표적이다. 2015년 빌 게이츠는 한 차례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전쟁보다 더 많은 수천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계팀은 팬데믹 상황에 대한 대응 계획을 담은 ‘시나리오’를 당선자 측에 넘겨줬다. 거기에는 코로나19 대응 계획도 포함됐다. 19년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가장 불안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호흡기 계통의 팬데믹’이라고 대답했다.
코로나19가 이미 경고됐다는 사실은 우리가 ‘예측을 하고 그 예측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세계는 몇 차례의 중요한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예측한 당사자들 또한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남들보다 거대한 스피커를 가진 인물들은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잘못된 예측을 바탕으로 한 정보를 퍼트렸다. 그렇게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신종 바이러스 팬데믹은 준비가 안 된 인류를 덮친 것이다.
‘예측 천재’라고 불리는 저자는 자신의 최대 실패담 역시 가감 없이 풀어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모두가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을 때 그 역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 확률을 28.6%로 낮게 봤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측을 뒤집었고, 미국의 주요 언론은 물론 선거 예상 전문가, 여론조사 기관들은 그날 엄청난 패배감을 맛봤다. 돌아보면 그의 예측 수준은 다른 예측들의 수십 배 이상 정확한 수준이었고, 그는 28.6%라는 확률이 허구가 아님을 사람들에게 설득하려고 무던히 애썼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좌절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저자는 2016년의 실패를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거름으로 삼았다. 그동안 모든 선거결과를 맞히면서 승승장구했던 ‘천재’에게 자기 생각을 거칠게 수정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은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변수들을 받아들이고 가중치를 설정하여 확률 통계적 모델을 다시 구축했다. 완벽한 예측은 없으며, 보다 나은 예측은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변수를 반영하고 예측모델을 수정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현재도 그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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