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중대재해처벌법 통과에 한숨 "하청업체 안전 어떻게 24시간 확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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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면 경영자를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재계와 노동계가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서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날 경우 기업의 대표, 원청 회사의 경영 책임자까지 '1년 이상 징역'의 처벌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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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모든 기업 '발등의 불'.. 원청회사 경영책임자까지 처벌
"자동화-해외공장 선호하게 될 것"
노동계도 "실효성 없는 법" 반발
중대재해법, 찬성 164-반대 44-기권 58 본회의 통과 국회가 8일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을 처리하고 있다. 이 법안은 찬성 164명, 반대 44명, 기권 58명으로 통과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법이 통과되면서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날 경우 기업의 대표, 원청 회사의 경영 책임자까지 ‘1년 이상 징역’의 처벌을 받게 됐다. 3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받은 50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기업이 당장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계에선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의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한 데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사고 예방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비용에도 한계가 있어 벌써부터 효과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하청 대신 자동화, 국내보다는 해외 공장 설립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응책 마련보다 중대재해법의 과도한 처벌을 피할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김해시의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이사 권모 씨는 “빠듯한 운영 환경에서 새로운 법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며 “추가 물량 확보, 인력 채용 모두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조선, 철강처럼 대형 설비를 이용하는 제조업의 경우 원청 기업에서 안전과 관련한 교육 및 시설 투자를 벌여도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이르는 인원의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모든 근로자의 상황을 24시간 원청 업체가 확인하기 어렵다”며 “사전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개인이 귀찮다고 규정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사고는 어떻게 막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사고 위험이 높은 영세 업체를 걸러내거나 공정 자동화를 앞당기는 등 대응책을 찾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백 개 현장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업체는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걸러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이 국회 심사를 거치며 실효성 없는 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처벌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살인 방조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법이 경영 책임자가 아닌 안전담당 이사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의 간담회에서 홍 의장이 이달 내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행령 등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보완된 시행령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여당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대재해법이 제정됐지만 편법과 꼼수를 통해 중대재해를 유발한 자들이 법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서동일 dong@donga.com·이새샘·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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