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新(신)-깨트려야 새로워진다

2021. 1. 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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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1/9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한자문명연구사업단’과 중앙SUNDAY는 한자문명의 가치 재조명을 위해 ‘한 週 漢字’에서 한 개의 한자를 선택해 그것의 어원과 문화적 배경 및 현재, 미래적 가치를 살피는 연재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는 하영삼 단장과 연구소 내 양영매·연규동 교수, 신웅철·이지영·전국조·조정아 연구교수 등이 필진으로 참여한다.

한자는 왜 ‘새롭다’는 뜻을 신(新)으로, ‘한 해’를 연(年)으로 그렸을까? 연(年)은 원래 화(禾)와 인(人)으로 구성돼 볏단을 지고 가는 사람의 모습으로 ‘수확’의 뜻을 그렸다. 365일이 넘는 긴 주기를 측정하기 힘들었을 옛날, 수확에서 수확까지의 주기를 1년이라 했고 그것을 연(年)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신(新)은 조금 복잡하지만 신(辛)과 목(木)과 근(斤)으로 구성됐음을 알 수 있다. 목(木)은 나무를, 근(斤)은 도끼를, 신(辛)은 형벌 칼을 그렸다. 나무를 쪼개 다듬는 모습에서 신(新)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새롭다’는 개념과 연결됐을까?

나무를 쪼개 다듬으면 새로운 기물이 만들어진다. 근(斤)이 도끼라면 신(辛)은 문신을 새기던 정교하게 다듬는 칼이다. 도끼와 칼로 통나무를 쪼개고 다듬어 필요한 기물을 만들던 모습이 잘 반영됐다. 지금도 목재는 인류에 더없이 중요한 소재다. 옛날에는 더 그랬다. 각종 기물은 물론 앉을 의자도, 잠을 잘 침상도, 살 집도, 이동할 수레와 배도 모두 나무로 만들었다. 가공하기 전의 통나무를 박(朴, 樸)이라 한다. 질박(質朴, 質樸)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것이다.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둔 통나무는 별 소용없는 존재다. 그러나 아무리 큰 통나무라도 쪼개 다듬으면 유용하고 멋진 다양한 ‘새로운’ 기물로 재탄생한다.

통나무뿐 아니다. 사람의 사고도, 관념도, 제도도, 역사도 모두 그렇다. 깨트리지 않으면 새로워 질 수 없고, 새로워지지 않으면 진보도 발전도 성공도 없다. 기존의 것을 모방하고 복제하던 시대에서 새로움을 창조해야 하는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더 그렇다.

신년에는 우리 모두 속에 든 낡은 개념들을 스스로를 깨부수며, 새로운 창조를 만들어야겠다. 새로워지지 않으면 헤져 쓸 수 없게 되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그래서 노자는 “해지면 새로워진다(敝則新)”고 했다.

하영삼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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