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창법으로 부르는 가요, 우리 소리의 대중화죠"
“애인이 없는 자는 유니크한 매력을 주시고...”
‘이날치’의 멤버 권송희가 노래한 ‘축원’의 한 대목이다. 국악가수 권미희(36)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유니크함’이다. 판소리 창법을 십분 투영해 가요를 부르는 가수는 권미희가 거의 유일하다. 송소희와 이희문은 바탕이 민요이거나 민요를 주요 레퍼토리로 하고 있다. 게다가 권씨가 2010년 첫앨범인 ‘천상의 소리꾼’을 낼 때만 해도 송소희는 민요 가수였고, 이희문의 ‘씽씽’도 결성되기 5년 전이었다. 가장 최근에 뜬 ‘이날치’ 역시 국악과 가요의 접목이라기보다는 판소리의 한 대목을 따온 수준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권미희의 유니크한 매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권미희를 국악가수의 길로 이끈 건 누굴까? 초등학교 2학년 때 ‘무료 강습’의 기회를 잡아 배운 판소리 스승, 혹은 대학시절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가르친 교수님? 아니다. 지금은 국악 대중화의 한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칭찬하는 분위기지만 처음에는 말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친구들이 가장 큰 스승”이라고 말했다.
장기자랑 시간이면 친구들 “넌 국악 불러”
중학교 3학년 즈음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악을 떠났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단체로 떠난 수련회 같은 데서 무대에 설 일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판소리 해라”는 ‘협박’을 받았다. 아이돌 노래하고 춤도 추고 싶은데 친구들은 억지로 국악 무대를 떠맡겼다. 무대에서 ‘사랑가’나 ‘수궁가’의 한 대목을 부를 때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과 발라드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이 제가 무대에서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르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어요. 친구들이 왜 국악에 열광할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죠.”
그 궁금증이 그를 다시 국악으로 이끌었다. 국악과 무관한 고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도 수학과에 진학했지만 결국 다시 제 길로 돌아왔다. 그는 “국악과 한 시도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면서 “이토록 용감하게 국악가요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국악을 고민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2009년 전국노래자랑 상반기 결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 한시앨범 ‘빈한시’를 냈지만, ‘국악가수’의 존재를 널리 알린 계기는 ‘너목보’(너의 목소리가 보여) 출연이었다. 2015년 5월 7일 방송된 에일리편에 출연해서 이선희의 ‘인연’을 불렀다. ‘뭔지 모르겠지만,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설명할 수 없지만, 너무도 감동’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이 달린 댓글들이었다. 방송을 계기로 더 큰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2016년 싱글앨범 ‘님아’를 작업하면서 직접 작곡에 도전했고, 2018년 현대시조를 국악가요화해 담은 ‘꽃이 핀다’를 냈다. 최근에는 국악 트롯 버전으로 3곡을 발매했다.
권미희의 이야기와 노래로 가득 채운 콘서트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따라붙는 ‘크로스오버’라는 수식은 가족력에서 나왔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거실에 있는 전축에 늘 클래식을 틀어놓았고 온 가족이 전국노래자랑 애청자였다. 아버지는 민요와 타령을 좋아하고 어머니는 무용을 배웠다. 동생도 판소리에 고수 장단을 익혔다. 취미 정도가 아니었다. 고3 때 대입 시험을 치고 나서 가족 공연봉사단 결성을 제의했을 정도로 가족 모두 음악 실력이 뛰어나다. 클래식에서 대중가요, 국악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한 덕에 국악과 가요의 접목도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었다.
권미희의 꿈이자 목표는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와 노래로 채운 콘서트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사 무대는 늘 아쉬움이 있어요. 긴 호흡으로 제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가요에 국악 창법과 정서를 투영시킨 수준이지만, 저의 단독 콘서트는 오롯하게 판소리 하나를 창작하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국악이 대중에게 더 다가서는 방법이자 색다른 전통의 계승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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