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유적탐방] 남산의 일출

남상훈 2021. 1. 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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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 명소를 찾는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영덕의 해맞이공원, 강릉 정동진 등과 같이 전국적 명소가 있는가 하면, 서울에도 아차산이나 남산(사진)과 같이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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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 명소를 찾는다. 호미곶 해맞이광장, 영덕의 해맞이공원, 강릉 정동진 등과 같이 전국적 명소가 있는가 하면, 서울에도 아차산이나 남산(사진)과 같이 일출을 볼 수 있는 명소가 있다. 1394년 10월 조선왕조가 서울에 도읍을 정하면서, 남산은 주작(朱雀)인 안산(案山: 주산의 맞은 편에 있는 산)이 되었다. 19세기 서울의 궁궐, 관청과 산천의 모습을 기록한 ‘한경지략’에는 “목멱산은 곧 도성의 남산으로 본명을 인경산(引慶山: 경사스러운 일들을 끌어들이는 산)이라 한다. 이를 일컬어 흔히 남산이라 하는데, 마치 달리는 말이 안장을 벗은 형상이고 산마루에는 봉수대가 마련되어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남산 기슭에 살던 이항복은 “아침 안개가 남산을 삼키고, 아침 해가 떠오르니 남산을 뱉어내는구나”라는 시를 남겼다. 18세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은 1740년(영조 16) 65세의 나이에 양천 현령으로 부임하였다. 인왕산 자락에 주로 거처했던 정선은 한강의 남쪽에서 남산을 바라보았고, 남산에서 해가 떠오르는 풍경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정선은 이 신기한 사실을 벗이자 시인 이병연에게 알렸다. 이병연은 ‘목멱산(남산)에서 아침 해가 돋아 오르다’라는 제목의 시를 지어 보냈다. “새벽빛 한강에 떠오르니/ 언덕들은 고깃배에 가렸네/ 아침마다 나와서 우뚝 앉으면/ 처음 해는 남산에서 올라오네”라는 시에 맞추어 정선은 남산의 일출 풍경을 담은 ‘목멱조돈’(木覓朝暾)을 그렸다. 정선과 이병연은 ‘시화환상간(詩畵換相看: 시와 그림을 맞바꾸며 감상함)’을 서로 약속했는데, 목멱조돈은 그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남산의 봉우리 중턱에 해가 반쯤 솟아오르면서 붉은빛이 동쪽 하늘에 가득하고, 노을빛이 한강에 반사가 되는 모습이다. 어부들이 고깃배를 몰고 오는 모습은 그림의 우측 하단에 등장한다. 새해를 맞아 남산과 한강 주변에서 280년 전 정선이 화폭에 담았던 일출의 감동을 느껴 보았으면 한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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