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권 블랙홀' 빠져드나

허범구 2021. 1. 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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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보선 다가와.. 신경전 '치열'
이낙연·이재명·정세균, 당정·지방행정 '중책'
조기 대권경쟁 본격화 시 국정 파장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새해 벽두부터 ‘대권 블랙홀’로 빠져들 조짐이다. 차기 대선까진 1년이 더 남았다. 그러나 전초전인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이 석 달 뒤로 다가왔다. 차기 대선주자로선 몸이 달 수밖에 없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간 물고 물리는 신경전이 뜨거워지는 이유다. 당정과 지방행정의 중책을 맡은 세 사람이 조기에 대권 경쟁을 본격화한다면 국정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선거용 포퓰리즘이 판치고 민생이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과열되는 당원 게시판 이낙연·이재명 찬반투표 대결

이번 보선을 책임져야 할 이 대표가 가장 초조한 처지다. 게다가 지지율이 하락세다. 새해 첫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띄운 것은 이런 맥락으로 여겨진다. 사면론을 시작으로 차기 대권 경쟁의 물꼬가 트이는 흐름이다. 강성 친문들은 “대선을 위해 써야 하는 카드를 이낙연이 챙겨 먹었다”며 ‘좌표 찍기’에 나섰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대표 비판 글을 올리고 이 대표 사무실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며 항의 전화를 유도했다.

지난 6일엔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당 대표 퇴진 요구 권리당원 찬반투표’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당원들은 게시글의 ’좋아요’와 ’싫어요’를 눌러 참여하고 있다. 8일 오전 해당 게시글의 ’좋아요’(퇴진 찬성)보다는 ’싫어요’(퇴진 반대)가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댓글에는 “국민 통합 운운하면서 당원과 소통조차 되지 않는 당 대표는 필요 없다”라는 내용과 이에 대한 반박이 혼재했다. 일부는 이 지사 측 ‘배후론’을 주장했다. 이 지사 측 지지자들이 흠집 내기를 위해 이 대표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6일 오후에는 ’이재명 출당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좋아요’(출당 찬성)가 ’싫어요’(출당 반대)를 월등히 앞섰다. 해당 게시글에는 “매번 정부 정책에 태클을 건다”는 등 이 지사 비판성 글이 많았다. 당원들은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도 찬반투표 주소를 공유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양쪽 지지층이 세 대결 양상으로까지 확전하는 모양새다.

◆4차 재난지원금, 정세균 ‘선별’ VS 이낙연·이재명 ‘전국민’

이 대표는 지난 4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코로나가 진정되고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고 할 때는 전 국민 지원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줄곧 선별 지급을 고수하며 당정청 논의를 거쳐 3차 재난지원금 3조원 확정에 앞장섰다가 이번엔 전국민 지급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서울시장 보선용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한 상인이 물건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 총리는 지난 7일 “코로나19로 생계 곤경에 처한 저임금 근로소득자에 대한 지원이 급박하고 정부는 이분들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에는 선을 긋고 지원 대상을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지사를 향해 “더 이상 ‘더 풀자’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놨다. 또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 주장에 대해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같은 날 “새해 첫 독서. 노 전 대통령님께서 퇴임 후 남기신 ‘진보의 미래’를 다시 꺼내 읽는다”며 “서슴없이 ‘관료에 포획’됐다고 회고하신 부분에서 시선이 멈췄다”고 했다. 정 총리 지적을 ‘관료주의’로 비판하며 반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와 가까운 정성호 의원도 가세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천박한 말로 자신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더 조심하자”며 “돼지 눈에는 돼지만,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고 했다. “정치 하면서 항상 언행을 신중히 하고 조급 초조해하지 말며 차분 대범하게 하자고 결심하고 노력해 왔다”며 “타인을 비하하고 상처 주는 말들을 피하려고 늘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주의했으나 가끔 의도와 다르게 상처를 주어 후회한 경우도 있었다”고도 했다. 정 의원이 이 지사를 대신해 정 총리를 때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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