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의영화산책] 새해는 가족사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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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이유가 다르다"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장'(감독 정승오)에서 그리는 불행한 가정은 우리 모두와 비슷하게 닮은 가족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잔존하는 가부장적 구습에 대한 비판과 아버지 묘소 이장 문제로 불거진 경제적 문제 등이 큰 줄기를 이루지만,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위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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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내려가는 자동차 안 네 자매들의 대화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문제를 드러낸다. 홀로 동민(강민준)을 키우는 장녀 혜영(장리우)은 회사에서 퇴직 권고를 받아 육아휴직 곧 퇴직인 직장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없는 상처를 지닌 동민은 말썽쟁이로 자란다. 둘째 금옥(이선희)은 남편의 외도 문제로 고민이다. 결혼을 앞둔 셋째 금희(공민정)는 목돈 들어갈 일이 많아 이장 보상금 500만원을 본인이 몽땅 받았으면 한다. 돌직구 성격인 넷째 혜연(윤금선아)은 대학에서 투쟁 중이다.
각자의 문제로 머리가 아프지만 네 자매는 투덜대면서도 자매애를 확인한다. 이장하면 화장하여 수목장을 하겠다는 네 자매의 의견에 반대하는 시골의 큰아버지 관택(유순웅)은 승낙에게 누나들 의견에 맞서 자신의 의견에 따르라고 권유한다. ‘장남 없이는 이장도 없다’며 남아선호사상을 드러내 놓고 말하는 가부장적인 큰아버지의 태도에 네 자매는 대들 듯 항변한다. 저녁상에서도 승낙에게만 술을 권하는 큰아버지가 보란 듯, 큰어머니한테 우리도 술을 달라고 하자 큰어머니도 동조한다. 얼굴이 알려진 스타는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지만, 국내에 연기 앙상블상이 있다면 받을 정도로 모든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며, 바르샤바 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도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잔존하는 가부장적 구습에 대한 비판과 아버지 묘소 이장 문제로 불거진 경제적 문제 등이 큰 줄기를 이루지만,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위트가 가득하다. 티격태격하는 가족이지만 그 속에는 가족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을 그린다. 새해부터는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좀더 따스한 말, 다정한 태도로 말을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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