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참사 잊었나..화학물질 338개 규제 완화 '비공개'

이현준 2021. 1. 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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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사용이 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기업을 지원한다면서 새로 화학물질 338개 품목에 대해 심사 규제를 완화해줬습니다.

정부가 정보를 숨기면서 피해를 키웠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고서도, 규제를 완화해 준 이 품목들 정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9년,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터지자 정부는 기업 지원 대책을 내놓습니다.

[성윤모/산업통상자원부 장관/2019년 8월 :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관리, 노동시간 등에 따른 애로는 신속하게 해결할 것입니다."]

화학물질 시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신규 화학물질 등 159개 품목에 대해 유해성 자료 제출을 생략해도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라는 악재가 겹치자, 규제 완화 대상은 338개 품목으로 더 늘었습니다.

어떤 물질인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화학물질을 포함해 총 338개 품목들.

취재진은 해당 품목의 선정 근거와 유해성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했습니다.

환경부는 "산업부가 검토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목록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고, 산업부는 "해당 품목들이 전략 산업 물자"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해당 부처들은 다만 "규제 완화 기업들에 대해 사후 관리를 통해 안전을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 말만 믿으라는 겁니다.

[강은미/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 "우리나라가 기업을 지원해주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본말이 전도된 건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고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도대체 무엇이 우선인지…"]

시민단체들은 화학물질 품목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도 검토 중입니다.

["산업부의 비밀주의와 환경부의 무능을 규탄한다! 유해 화학물질 안전 관리 품목 일체를 공개하라!"]

미국과 유럽 등에선 화학물질로 인한 중독사고 통계를 해마다 발표하고 대책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은 우리나라는 통계 발표는 커녕, 기업의 영업 자율성을 이유로 규제 완화 품목의 목록조차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촬영기자:정형철/영상편집:김선영

이현준 기자 (hjni1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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