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세계 전통의약 시장..한의약 홍보 강화로 인지도 높이자 [제언]
[경향신문]
이영광 시인의 시 ‘저녁은 모든 희망을’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전력을 다해 가만히 멈춰 있기죠”라는 구절이 있다. 변혁과 기적을 위해서는 가만히 멈춰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 바로 그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만히 멈춰 있다는 건 역설과 반어로 표현된 치열한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한의약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보건의료체계에서 변방에 밀려나 움츠리고 있으면서 뼈를 깎는 자기검열과 노력을 해왔던 시간들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의약은 다행히 이렇게 전력을 다해 멈춰 있는 기간을 거쳐 2004년 8월 한의약의 발전기반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됨으로써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06년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이 시행된 이래 5년 단위로 새로운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해 왔다.
한의약의 표준화, 과학화, 건강보험 급여 확대 방안을 담은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16~2020년)은 작년에 마무리되었으며, 한의약을 통한 국민 건강 및 복지 증진과 한의약 산업 경쟁력 강화를 핵심 가치로 하는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21~2025년)이 지난달 심의 의결되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이 적용될 앞으로의 5년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등 다양한 방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시기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의 진행 속도가 빠르며 세계적으로도 21세기에 들어 신종 전염병의 발생 및 확산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을 겪고 있어 만성질환 및 감염병의 위험요인에 대한 한의약 연구·개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예측되고 있는데 한의약 역시 이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한의약 분야에서 해 나가야 할 목표와 계획을 제4차 종합계획 안에 담고 있다.
국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세계 전통의약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전통의약 시장 전망 분석에 따르면, 세계 전통의약 시장 규모는 2020년 932억달러에서 2030년 3086억달러까지 성장한다. 한국은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한의약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의약 산업을 더욱 육성해 세계 전통의약 시장에서 한의약의 비중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의약 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산업동력으로서 역할을 함과 동시에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이유로 한의약 분야 전문가들은 세계화에 관한 전략을 수립하고 통합 관리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왔다. 이는 제4차 종합계획에 반영되었다. 시행계획을 보면, 한의약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고 국제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온라인 홍보관을 활용해 한의약 산업 해외 진출 지원을 강화한다.
또 다양한 국제기구 참여 및 활동 확대와 더불어 한의약의 국제 인지도를 제고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달 시범 개설된 세계화 온라인 홍보관은 한의약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한의약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방의료기관과 한의약 제품, 기업 등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이동이 제한되어 비대면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의약 분야가 세계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체계를 갖춘 것으로, ‘온택트’ 상황이 가속화할 것으로 생각되는 2021년 이후 한의약 산업의 발전 가속화 및 글로벌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진 상지대 한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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