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국회는 '중대재해법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가

김상범 | 정치부 2021. 1. 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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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관 중 중대재해법 관련 발언을 시도하자 국회 직원들에게 제지 당하며 회의장 밖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날 법사위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대상에서 빠진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정의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 국회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8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가 처음 마주 앉은 지난달 29일부터 세면 불과 11일 만이다.

2018년에도 그랬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는 묵묵부답이었다. 12월11일 김용균씨 사망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뒤늦게 의욕을 보인 환노위는 불과 2주 만에 5차례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을 붙여 통과시켰다. 16일 만이었다.

정치권이 여론에 ‘등 떠밀려’ 속전속결로 나서는 패턴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노동계·시민사회 요구로 발의된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에 밀려 내내 후순위였다. 물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차례 넘게 “중대재해법을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통과시키겠다”는 방향성만 있었을 뿐, ‘디테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여부가 대표적이다. 영세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여부는 진작 고민됐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 수정의견서에도 담겨 있지 않던 해당 조항은, 지난 6일 비공개로 열린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제안한 것을 여야가 받아들이면서 급작스럽게 추가됐다.

논란 속에 중대재해법이 결국 제정됐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지난달 2일 법사위 중대재해법 공청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중대재해법 통과로 산업재해가 본질적으로 해결됐다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킬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처벌 목적의 중대재해법을 반대하는 취지였지만, 그 속뜻을 정치권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법은 현장의 사고를 막기 위한 여러 방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백혜련 법사위 법안소위원장은 지난 7일 “하나의 법을 이렇게 오래 심사했던 것은 법사위 5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지만, 죽음 하나를 막는 데에는 법안 통과에 드는 것보다 몇 곱절의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든다.

국회는 ‘중대재해법 이후’를 고민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산재사망 감소를 위한 후속 정책·예산을 여론이 ‘등 떠밀기’ 전에 착수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20대 국회가 김용균법을 만들었는데 왜 다시 중대재해법 요구가 분출했는지 정치권은 돌이켜봐야 한다. 시민들이 원한 것은 ‘법안 처리’가 아닌 매일매일의 ‘죽음의 고리’를 끊는 것이었다.

김상범 | 정치부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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