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심해지자 백기 든 트럼프.."난입, 대가 치를 것" 남 탓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입력 2021. 1. 8. 20:30 수정 2021. 1. 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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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사당 난입 사태 부추겨놓고
"민주주의 더럽혀" 사과는 없어
"새 정부 20일 출범" 첫 인정도
의회 탄핵 거론하지만 시간 촉박

[경향신문]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뒤 ‘트럼프 2020’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앞 연못에 잠겨 있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대선 패배를 부인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새 정부가 1월20일 출범할 것”이라면서 평화적인 정권이양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대선일로부터 65일 만에 나온 사실상의 패배 선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전날 터진 지지자들의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쏟아지면서 고립무원에 빠지자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리는 치열한 선거를 치렀고, 감정이 고조됐다”면서 “그러니 이제 성질을 가라앉히고 차분함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행정부가 1월20일 출범할 것”이라면서 “이제 내 초점은 순조롭고 질서정연하며 빈틈없는 정권이양 보장으로 전환한다. 이 순간은 치유와 화해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에 난입한 지지자들에 대해 “미국 민주주의를 더럽혔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차갑다. 선거 결과를 부인하고, 지지자들에게 “의사당까지 행진하라”고 했으며, 의사당에 난입한 이들을 “애국자”라고 치켜세우는 등 사실상 폭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측근이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공화당 의회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등을 돌렸고, 백악관과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사임 행렬이 이어졌다. 매코널 원내대표의 배우자이자 트럼프 정부 출범부터 자리를 지켜 온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느낀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많은 성공 리스트를 갖고 있지만 어제 전부 사라졌다”며 사임의 뜻을 밝혔다. 벡시 다보스 교육부 장관도 사의를 밝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사임 의사를 굳혔으나 주변에서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동 이후 7일까지 이틀 동안 사임 의사를 밝힌 참모들만 12명에 이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하루라도 더 재임해서는 안 된다”면서 펜스 부통령과 내각이 수정헌법 25조를 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직무와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다고 부통령과 내각 과반수가 판단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다. 슈머 원내대표는 “부통령과 내각이 거부한다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의회를 다시 소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도 “악몽을 끝내기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퇴임까지 13일 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해임되거나 탄핵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의회가 탄핵안을 통과시키기에도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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