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21.5도·부산 -12.2도..신기록 쏟아낸 '북극 한파'

강현석·이성희·오경민 기자 2021. 1. 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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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해남까지 영하 17.1도 등 남부지방 최저기온 경신 잇따라
서울도 2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전국 7만8000가구 정전 피해

[경향신문]

한강, 얼음땡! 8일 경기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앞 한강이 유빙으로 덮여 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한파특보가 발효됐다. 부산은 10년 만에 가장 추웠고 태종대 등 해안가에선 바닷물이 얼어붙기도 했다. 강추위는 주말에도 계속된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었다. 8일 수은주가 영하 18.6도까지 내려간 서울은 20년 만에 가장 추웠다. 땅끝 해남과 전남 순천, 전북 군산 등 남부지방에서는 최저기온 신기록이 작성되는 등 ‘역대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

내린 눈이 얼어붙으면서 도로가 빙판으로 변해 시민들은 이날도 출근에 애를 먹었다. ‘북극 칼바람’을 막기 위해 완전무장을 한 채 집을 나섰고, 유연근무나 재택근무를 활용했다. 전국에서 7만8000여가구가 정전으로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곳곳에서 최저기온 신기록

한파특보 속에서 전국 곳곳이 ‘역대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 기상청 관측 자료를 보면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01년 1월15일(영하 18.6도) 이후 가장 낮았다.

남부지방에서는 최저기온 신기록이 이어졌다. 땅끝 마을 해남은 영하 17.1도까지 떨어져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1년 이후 최저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전남 영광(영하 17.4도), 순천(영하 16.2도), 강진(영하 14.3도), 광양(영하 11.8도), 진도(영하 11.2도)도 역대 가장 낮은 기온이었다. 영하 16.8도를 나타낸 군산 역시 1968년 1월1일 기상관측 이래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북 고창(영하 17도)과 순창(영하 21.5도)도 관측 이래 가장 기온이 낮았다.

광주는 50년 만에 가장 추웠다. 광주의 이날 최저기온은 영하 13.5도로 1971년 1월6일(영하 15.7도) 이후 가장 낮았다. 부산도 영하 12.2도로 10년 만에 가장 추웠다. 이기대·태종대 등 부산 해안가 갯바위에는 바닷물이 고드름처럼 얼어붙었다. 영하 17.3도를 찍은 대전도 20년 만에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

■정전에 떨고 출근길 막히고

정전 사고도 속출해 7만8000여가구가 강추위 속에서 떨어야 했다. 인천에서는 이날 오전 5시58분쯤 변전소에 불이 나 부평구 갈산동·삼산동, 계양구 효성동·작전동 일대 3만88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난방기가 작동하지 못해 추위에 떨며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광주에서도 지난 7일 오후 9시17분쯤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변압기 고장으로 일대가 정전됐다. 한밤중 아파트 509가구의 전기 공급이 4시간30여분 동안 끊겨 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서울과 해남에서도 정전 사고가 이어졌다. 강풍과 대설경보가 내려진 제주에서는 대부분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시민들은 이날도 출근길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교사 A씨(27)는 이틀 연속 지각했다. A씨는 “평소에는 버스로 30분이면 도착하는데 교통체증으로 버스가 멈춰 40분을 걸어서 출근했다”고 말했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만원이었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자발적으로 ‘늑장 출근’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사례도 생겼다. 국내 통신사 엔지니어 B씨는 평소 오전 8시에 출근해오다 이른 아침보다 덜 추운 오전 11시로 출근시간을 조정했다.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난 ‘얼죽코’(얼어 죽어도 패딩 대신 코트를 입는 사람)지만 오늘 하루는 롱패딩을 입겠다”거나 “바지 안에 기모 스타킹을 신고, 경량패딩 위에 롱패딩까지 입고 출근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방한 옷차림과 동파, 자동차 방전 대처법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주말 내내 춥다

이번 북극 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말인 9~10일에는 아침 최저기온이 8일보다 각각 2~3도, 4~6도 오르겠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영하 10도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기온은 12일이 돼야 영상권으로 올라간다. 다만 아침 기온은 전국이 영하 13도~0도, 낮 기온은 영하 3도~영상 6도로 평년보다 낮겠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눈이 쌓인 지역은 눈이 얼면서 길이 미끄러운 곳이 많고 비탈길, 이면도로 등은 통행이 어려울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현석·이성희·오경민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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