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위기를 넘는 민주사회주의의 해법 [책과 삶]

심윤지 기자 2021. 1.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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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가 아닌 99%를 위한 경제
폴 애들러 지음, 한은경·김윤진 옮김
21세기북스 | 376쪽 | 2만원

“경제적 불합리, 기후위기, 사회분열, 국제갈등, 반응 없는 정부… 1%만을 위한 자본주의는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온건한 해결책으로는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민간 기업을 공공 소유로 대체하는 경제 시스템이 그 해답이다.”

한 번쯤은 들어본 듯한 이 주장.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사라진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주장을 한 사람이 미국의 ‘경영학자’라면 어떨까. 하버드와 스탠퍼드를 거쳐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위기의 자본주의 대안으로 ‘민주사회주의’를 제시한다. “국가가 직접 기업을 운영하며 일자리를 보장하고, 개인은 생산에 참여하며 일터의 주인이 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민주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자본주의 기업의 경영방식’을 통해 설명한다. 애플·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의 규모는 웬만한 중소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이런 기업들의 내부 운영은 철저히 계획과 통제에 기반한다. 저자는 여러 대기업의 사례를 들며 자신의 주장의 ‘실현 가능성’을 차분하게 설득해 나간다.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했던 대규모의 계획과 관리는 자본주의 발달로 상당 부분 가능해졌다. 저자는 거대 기업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라는 전산 시스템으로 효율적 자원 배분에 성공한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 경영에 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의문은 남는다. 국가 구성원 전체가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체제는 과연 실현 가능할까. 저자는 “민주사회주의의 이상은 어쩔 수 없이 유토피아에 그치기 마련”이라면서도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는 용기도 우리의 과제”라고 낙관을 잃지 않는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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