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 사각지대 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안전 감독 강화해야
[경향신문]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7년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지 약 4년 만이지만 당초보다 후퇴한 누더기 법안이 돼 입법 취지는 퇴색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5인 미만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근로기준법에 이어 안전 보호망까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80%를 차지한다. 노동자 4명 중 1명꼴인 600여만명이 이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들이 처한 현실은 열악하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다. 이들은 대통령령에 따라 기본적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주휴수당·육아휴직·퇴직급여, 최저임금 효력 등 일부 권익을 보호받는다. 하지만 사업주는 언제든 해고할 수 있으며, 해고되더라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도 아니며, 휴업·연장근로·야간·휴일수당을 받지 못한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연차휴가를 쓸 수 없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보호받지 못한다.
이들의 일터는 안전하지 못하다.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약 25%가 이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가장 위험하고 힘들고 저임금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중대재해법 보호망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세하지 않은 사업장이 서류상 쪼개기, 4대보험 미가입 등을 통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편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불법행위가 판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법은 노동자의 기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두 축이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숙원이다. 영세사업주를 배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5인 미만 사업장을 법망 바깥에 오래 방치해서는 안 된다. 1~4인 사업장이 노동·산재법에서 모두 배제된 후유증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근로·안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여야도 향후 법 개정·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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