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얼어버린 물에 화장실도 못가.." 독거노인 덮친 북극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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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있어도 손이 꽁꽁 얼어 그동안 색칠 공부를 못했어요."
몸을 녹이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 집이라고 하지만 김백순(86) 할머니에게 집은 그림조차 제대로 그리기 어려운 공간이다.
60년 세월을 함께 보낸 재봉틀로 방석, 보자기를 짓거나, 그림책에 색칠 공부를 하는 게 김 할머니의 낙.
김 할머니는 "막내딸이 사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려는데 손이 차갑다 보니 내 맘대로 잘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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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방 안에 있어도 손이 꽁꽁 얼어 그동안 색칠 공부를 못했어요…."
몸을 녹이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 집이라고 하지만 김백순(86) 할머니에게 집은 그림조차 제대로 그리기 어려운 공간이다.
전국이 얼어붙은 8일 오후 부산 사상구 주례동.
10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에 이날 부산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2도를 기록했다.
부산을 덮친 추위는 애석하게도 독거노인의 일상에도 파고들었다.
이날 십수 년째 혼자 사는 김백순 할머니의 생활은 한파에 멈춰 버리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물.
할머니가 사는 작은 주택에 들어서자 서늘한 냉기에 몸이 떨렸다.
김 할머니는 "수도관이 얼어붙다 보니 물을 통해 작동하는 보일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성인 두 명이 간신히 누울 만한 전기장판에서 작은 몸을 녹이고 있었다.
냉랭한 공기에 할머니의 손은 차갑기만 했다.
이날 물이 얼어 버리니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다.
할머니는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변기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며 "모아둔 물을 끓여 수도관에 부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없이 병원에 갈 때까지 소변을 참았다"며 "오늘은 세수도 못 하고 나갔다"며 웃음 지었다.
한파는 김 할머니의 유일한 취미 생활도 빼앗아갔다.
60년 세월을 함께 보낸 재봉틀로 방석, 보자기를 짓거나, 그림책에 색칠 공부를 하는 게 김 할머니의 낙.
그러나 추운 날씨에 집 안에 있어도 손이 꽁꽁 얼다 보니 이마저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 할머니는 "막내딸이 사준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려는데 손이 차갑다 보니 내 맘대로 잘 안된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 지역은 언덕배기가 많아 어르신들이 산책하러 나가려 해도 살얼음 때문에 꺼린다"며 "최근 눈이 적게 왔을 때도 어르신들은 집 안에 갇혀버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사람과의 만남도 줄어드니 외로움은 더해만 간다.
김 할머니는 가족을 못 본 지 오래됐다.
수도권에 사는 김 할머니 자식들은 문제가 생길까 섣불리 움직이기도 어렵다.
할머니는 "안부 연락은 자주 오는데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나기가 어렵다"며 "노인복지관에 못 간 지도 1년이 다 됐다"고 말했다.
이날 주례2동 주민센터 측은 김 할머니의 몸을 녹여줄 온열기와 간편식을 전달했다.
물이 얼다 보니 밥을 직접 해 먹기 어렵고 코로나19로 외출하기 꺼려지기 때문이다.
이날 김 할머니 댁을 방문한 송영신(48) 통장은 "겨울철이 되면 기력이 떨어지고 아파하는 어르신이 많아 주기적으로 찾아뵙고 있다"며 "역대급 추위인 와중에 모든 어르신이 겨울을 무사히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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