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넘어북한] 결함 인정한 김정은, 당대회서 '실제적 개선책' 마련 중

박수성 2021. 1. 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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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개막한 8차 당대회 8일이나 9일에 끝날 듯
김정은 위원장, 문제 솔직히 드러내고 스스로의 노력 강조
7차 당대회 호전적 분위기였다면, 이번엔 실용적 입장 드러내
5년 전과 달리 상세 결산보고 아직 미공개.. 회의 종료 후 공개 예상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북한은 지난 1월 5일 제8차 당대회를 시작해 나흘째인 오늘 8일에도 진행 중입니다. 5년 전 7차 당대회 때와는 달리 북한은 구체적인 결산보고 내용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대회의 모든 일정을 마친 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화 <창 넘어 북한>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8차 당대회의 간략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팀 박수성입니다.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가 지난주 예측보다 하루 늦은 5일에 시작됐습니다.

오늘 아침 노동신문은 어제 진행 상황을 보도하면서 오늘도 당대회가 계속된다고 전했습니다.따라서 당대회는 오늘이나 내일 끝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주 강영진 에디터가 이번 주에는 정책문제를 상세하게 다루겠다고 예고했지만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습니다.북한이 당대회 내용을 5년 전 7차 당대회 때와 달리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5년 전엔 3박 4일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3일 동안 계속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 전문을 노동신문에 실었지요. 그런데 이번엔 첫날 개회사 전문을 실은 것 말고는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의 개요만 전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 5일 동안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때도 회의 진행 중에는 이번처럼 개요만 전하고 회의가 끝난 뒤 2020년 1월 1일자 노동신문에 종합적으로 상보를 전했습니다.이 상보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신했지요.

이번에도 회의가 끝난 뒤 상세한 내용을 정리해 다시 공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덕분에 저나 강 에디터를 포함해 북한 담당 기자들이나 학자들 모두 연초를 긴장감 속에 보내고 있습니다.예년에는 1일자에 나오는 신년사를 정밀 분석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나면 지금쯤 한숨 돌리는 시간이었는데, 올해는 1주일 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형편입니다.

오늘까지 노동신문이 전한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연설 내용을 말씀드립니다.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기 때문에 평가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개요만 전해드리겠습니다.

지난 5일 개회사에서 김 위원장은 7차 당대회 때 수립한 국가경제발전전략 5개년 계획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목표 달성에 크게 미달했다고 강조했습니다.그러면서 난관을 주체적 역량을 강화해 돌파해야 한다고 천명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되풀이해 사용해온 '자력갱생'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자력갱생을 강조한 셈입니다.

그러면서 이번 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난 5년간의 사업 전개 과정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제, 어제, 오늘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5일엔 개회사에 이어 지난 5년간의 노동당 사업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성과가 미흡한 주객관적 요인을 분석한 데 이어 향후 5개년 경제계획 내용중 금속, 화학, 전력, 기계, 채취공업 등 기간산업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둘째 날인 6일엔 교통운수, 기본건설 및 건재공업, 체신, 상업, 국토환경, 도시경영, 대외경제 부문과 농업, 경공업, 수산업 및 지방경제 문제를 다루고 기타 과학 발전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둘째 날 연설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내용은 "국가방위력을 보다 높은 수준으로 강화하여 나라와 인민의 안전과 사회주의 건설의 평화적 환경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려는 중대 의지를 재천명"했다는 대목입니다.

예전과 달리 호전적인 언급은 일절 없이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평화적 환경'을 강조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위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가방위력을 언급한 것은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평화적인 환경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호전적 대외 메시지가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이런 분석은 잠정적이며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면 보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셋째 날 연설에서는 문화, 교육, 보건, 예술, 비사회주의 요소 극복, 법률생활 등을 다뤘습니다.이날 연설에서도 대남, 대외관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주목되지만 구체적 내용이 없습니다.

오늘 회의는 아마도 당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와 당규약 개정, 중앙지도기관 선거의 일정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 또는 모레자 노동신문에서 이번 당대회 내용의 상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8차 당대회는 5년 전의 7차 당대회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2016년 5월 6일에 시작한 7차 당대회는 김정은 집권 후 처음 열린 당대회이자 1980년 이후 36년 만에 열려 엄청난 주목을 받았었죠.김정은은 7차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장, 당중앙군사위원장, 국무위원장 등 모든 중요 기관의 장에 오르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북한은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회의 진행과정을 전부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했었습니다.특히 7차 당대회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감행한 뒤에 열렸습니다.

7차 당대회 개막을 알린 2016년 5월7일자 노동신문 기사는 서두에 "백전백승 조선로동당의 권위와 전투적 위력이 비할 바 없이 높아지고 당의 령도 밑에 위대한 민족, 조선의 존엄과 국력이 최상의 경지에서 떨쳐 지고 있는 격동적인 시기에 소집"됐다고 썼습니다.

‘호전적인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이에 비해 8차 당대회 개막을 알린 지난 6일자 노동신문 기사의 서두는 "우리 혁명 발전의 새로운 고조기, 장엄한 격변기가 도래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당중앙위원회의 사업을 전면적으로 엄정히 총화하고 사회주의 위업의 보다 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방향과 임무를 명백히 재확정하며 실제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당대회를 소집했다고 돼 있습니다.

7차 때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입니다.전투적인 용어는 사라지고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단어들이 주로 사용됐습니다.

이번에는 대내외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열린 당대회임을 의식해 5년 전처럼 '뻥을 치기'보다는 '열심히 일한다'는 걸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당대회가 열린 장소는 5년 전과 같은 4.25 문화회관입니다. 6,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공연장입니다.

7차 당대회 때 대회장에 걸린 구호는 “백전백승, 일심단결”이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이민위천, 일심단결”로 바뀌었습니다. '백전백승'이라는 전투적 구호 대신 인민을 위한다는 '이민위천'이 들어간 겁니다.

또 정면 단상 뒤에 7차 때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있었지만 이번엔 “전당과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자”는 문구가 대신 들어섰습니다.대신 대회장 외부 홀에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크게 걸려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 밑에서 연설하지 않고 단독으로 나서서 연설하고 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4.25문화회관 복도에는 이번에 처음 공개된 공화국원수 군복 차림의 김 위원장 사진, 2019년 가을-겨울에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던 모습과 김정은 위원장이 이룬 업적을 홍보하는 게시물들이 화려하게 전시돼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 김정일의 후광에 의존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직접 큰 업적을 이룬 '당당한' 최고지도자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드러납니다.

김 위원장의 개인적 특성도 잘 드러납니다.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목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5년 전 7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김 위원장은 '세계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제국주의연합세력의 반사회주의적 공세'가 북한 발전의 장애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만 이번엔 장애요인이 '외부에도 내부에도 존재'한다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 '우리 자체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 칙에 따라 지난 사업을 분석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국책연구소 전문가는 “김정은 시대의 정치가 무엇인지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서 과시보다 내실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김정은의 회의 방식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실용적인 입장은 당대회 참가자들의 구성이 크게 달라진 점에서도 나타납니다. 7차 때 423명이던 행정경제부문 대표가 이번에 801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군 출신 대표자는 719명에서 40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오늘까지 공개된 부분적인 내용만을 가지고 8차 당대회 소식을 전하느라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다음 주엔 보다 깊이 있는 정책 분석을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 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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