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확진자보다 병상을 찾아야 할 때"

나경희 기자 입력 2021. 1. 8. 19:13 수정 2021. 3. 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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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 요양시설에서도 하나둘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 병원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그전에 빨리 병상을 확보해서 숨통을 틔워야 한다.
ⓒ시사IN 이명익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응단장은 “팬데믹 양상이 변해서 새로운 전략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임승관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응단장(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의 미간이 좁아졌다. 얼굴을 덮은 마스크로도 표정이 가려지지 않았다. 한참 동안 복도를 서성이며 통화하던 그가 회의실로 되돌아왔다. “이러다 둘 중 하나예요. 시설에서 시위가 일어나거나, 병원에서 파업이 일어나거나.” 코로나19 병상과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020년 12월24일 경기도청에서 만난 임승관 단장의 첫마디였다.

병상 부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병상이 부족하지 않았을 때는 현장에 여유가 있었다.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도 동요가 적었다. 곧 전담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고, 상태가 더 악화하면 중환자실로 옮겨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환자를 받을 만한 시설이나 인력이 없는 병원에서도 그렇다. 평소라면 사망자가 발생해선 안 되는 장소들이다(〈그림 1〉 참조). 같은 날 어느 신문에는 ‘왜 안 구해주냐’고 울부짖는 재난 현장 사진이 실리고, 또 다른 신문에는 ‘이러다 죽겠다’고 호소하는 의료 현장 사진이 실리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무원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현장에 있는 모든 당사자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됐나?

한국 사회가 충분한 병상을 미리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참을성이 없어서도 아니고 의료진이 협조를 안 해서도 아니다. 공무원들이 비효율적으로 일해서도 아니다. ‘병상 부족’이라는 전체 그림이 잘못돼 있는데, 그중 어느 한 부분만 들여다보고 그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동안 왜 병상이 확보되지 못했을까?

지난 11개월 동안 공공병원을 총동원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그동안 아무도 공공병원 병상의 한계를 계산하지 않았던 거다. 이를테면 차를 타고 가는데 아무도 연료 게이지를 확인하지 않았던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단지 운이 좋아서 연료가 바닥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운이 좋았던 걸까. 1·2차 대유행 때 어떻게든 막아낸 K방역 성공담이 지금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K방역이 실패했다는 게 아니다. 당시에는 K방역의 핵심 요소인 TTI(Test·Trace·Isolation), 즉 검사·추적·격리가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 양상이 변했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써야 한다.

새로운 전략이란?

팬데믹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우선 팬데믹 상황을 ‘통제’하는 전략이다. TTI를 통해서 확진자를 샅샅이 찾아내 격리하는 방법이다. 확진자가 적을 때는 효과적이지만 확진자가 많을 때는 효율적이지 않다. 검사할 수 있는 장비도 인력도 무한대가 아니지 않나. 환자의 수요보다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부족해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에 따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거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제1원칙은 ‘효율’이다.

효율을 높이는 방법은?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병상은 느리게 증가한다면 그 둘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 좁힐 수 없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둘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확진자 수를 확 줄이거나 병상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병상은 공산품처럼 하룻밤 사이에 찍어낼 수 없다. 따라서 좀 더 빠른 방법은 확진자 발생이라는 불길을 잡는 거다. 이때 확진자를 한 명 한 명 찾아내는 TTI가 양동이를 들고 가서 잔불을 끄는 거라면, 감염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소방차를 불러 큰불을 잡는 거라고 볼 수 있다. 큰불이 잡히면 그때 다시 잔불을 잡으면 된다. 큰불-잔불-큰불-잔불 식으로 끊임없이 상황에 맞춰서 방역 방침을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도 예전만큼 그 효과가 나타나질 않는다.

바이러스 자체는 자연과학이지만 팬데믹은 사회과학에 가깝다. 사람은 똑같이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3월에는 모여서 술 먹지 말라고 하면 안 먹었지만, 12월에는 그게 안 된다. K방역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위험을 막아내겠습니다”라는 선언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위험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아무 대책 없이 인정하는 건 무책임하다. 비록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작은 방법일지라도 대안을 제시하면서 위험을 인정하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병상 확보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정부가 민간병원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제적인 명령보다 자발적인 계약을 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해야 병원의 반발이나 방어논리를 풀 수 있다. 이를테면 경기도는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 5곳에 각각 3억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병상을 끌어내도 당장 내일 그 병원에 환자를 보낼 수는 없다. 코로나19 환자를 받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사이에 생기는 의료 공백을 메워주는 게 특별생활치료센터다. 병상이 추가로 열리길 기다리는 환자들이 대기하는 동안 그들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물과 공기, 즉 수액과 산소를 공급하자는 거다.

기존 생활치료센터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이름에 ‘치료’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생기는 큰 오해다. 생활치료센터는 감염자의 증상이 심해지기 전까지 머무르는 임시 격리시설에 불과하다. 상비약과 삼시 세끼만 공급될 뿐 수액조차 맞을 수 없다. 격리가 목적이지 치료가 목적이 아니다. 다시 말해 생활치료센터는 결코 병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늘어나야 할 건 생활치료센터가 아니라 병상이다. 확진자가 100명 발생했다면 이 중 30~40명은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병원으로 바로 가야 할 고위험군이다. 이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생존 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그림 2〉 참조).

특히 경기도에서 대기 중 사망자 수가 많이 나오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다. 경기도는 인구가 많다. 특히 그중에서도 요양시설 입소자 같은 코로나19 고위험 인구가 많다. 그에 비해 공공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먼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어느 지역이든 수요(환자)에 비해 공급(의료 자원)이 부족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게 재난의 속성이니까. 팬데믹이 지역마다 혹은 국가마다 다른 시간대에 닥칠 수는 있지만 그 어느 곳도 팬데믹 자체를 비켜갈 순 없다. 실제로 지금 각 지역 요양시설에서도 하나둘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지역 병원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그 전에 빨리 병상을 확보해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지금은 확진자보다 병상을 찾아야 할 때다.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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