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3번째 신고된 지난해 9월 정인이 부모의 수상한 행적
"병원 데려갔다" 거짓말 정황까지..양모 본인은 '수술'
양부도 "코로나로 어린이집 안보낸다" 거짓말
이때부터 양부모는 홀트나 어린이집 등 외부에 정인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기 시작했다. 홀트의 가정 방문을 계속 미루는가 하면, 양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에 거짓말까지 해가며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정인이 소아과 데려가라" 수차례 권유에도 말 안 들어…'거짓말'까지
8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홀트로부터 입수한 기록에 따르면 정인이 사망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18일 홀트 상담원은 양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상담원이 다른 입양가정의 가정조사를 가는 도중 양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양모는 너무 화가 난다며 격앙된 어조로 이야기하였다. 상담원이 자초지종을 묻자 "애가 요즘 너무 말을 안 들어요. 일주일째 거의 먹지 않고 있고, 오전에 먹인 퓨레를 현재까지(오후 2시) 입에 물고 있다"며 화가 나 있었다. "아무리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화를 내며 음식을 씹으라고 소리쳐도 말을 듣지 않는다"라며 아동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였다.(2020년 9월 18일)
상담원은 "아동이 목이나 입안에 염증이 있을 수도 있으니 빨리 소아과 진료를 보라"고 안내했다. 이에 양모는 "당일 오후에 일정이 있고, 토요일은 입양 가족 모임이 있다"며 소아과 가는 것을 꺼려했다. 상담원이 재차 이야기하자 양모는 "소아과에 다녀오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금요일이었던 이날 양모는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상담원이 오후 6시가 지나도 양부모 모두에게 소식이 없어 정인이가 소아과 진료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연락했으나 둘 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상담원이 "아동이 일주일간 섭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아동의 상태가 걱정돼 확인이 필요하다"고 재차 알리자 양모는 매우 사무적인 어투로 "다음 날 진료 보고 연락하려고 했다. 아동이 제대로 안 먹었다는 것이지 아예 굶은 것이 아니다. 엄마로서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다음 날 양모는 상담원에게 문자로 "입안 염증도 없고 건강상 문제는 없다. 섭취한 게 많이 없다 보니 기력이 없지만 먹는 거라도 조금씩 줘보라고 한다. 공원에 나왔는데 기분전환이 되는지 과일이랑 조금씩 먹었고 컨디션이 안 좋아 낮잠을 평소보다 많이 자고 있다"며 병원에 다녀온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열흘 후 홀트 상담원이 아보전 직원과 전화 상담을 한 기록에 따르면 "본회 상담원이 소아과 진료를 볼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양부모가 소아과 진료를 본 것 같지 않다고 하였다"고 적혀 있다.
정인이가 잘 먹지 못하기 시작한 이때부터 양부모는 홀트나 어린이집 등 외부에 정인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정인이의 영양소 결핍이 걱정됐던 홀트 상담원이 비타민을 전달하고 정인이의 근황도 확인하기 위해 가정방문이 가능한지 물으려 양모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양모는 "당분간 힘들다"고 답했다.
심지어 양부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보전 직원이 양부와의 통화에서 "정인이를 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냐"고 묻자 양부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라 아동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아보전 직원이 "첫째 자녀는 등원하고 있지 않냐"고 되묻자 양부는 "첫째 자녀는 등원하고 있지만 점심 먹고 하원 하는 등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하원하고 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아보전 직원이 어린이집에 확인한 결과 첫째 자녀는 이른 시간이 아닌 평소와 동일한 시간대에 하원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양부는 9월 28일 홀트 상담원의 "추석 연휴 지나고 바로 아동과 함께 만나고 싶다"는 요청에도 "추석 연휴가 길어 업무 때문에 바로 휴가를 내기 어렵다. 추석 연휴가 지난 다음 주에 만나면 좋겠다"며 만남을 연기하기도 했다.
거짓말까지 해가며 정인이를 외부에 보여주지 않던 이들은 양모의 '수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인이를 다시 어린이집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상담기록 등에 따르면 거의 두 달 만이다. 정인이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면서 양모 본인은 예정된 날짜에 수술을 받았다.
#상담원은 아동의 근황을 확인하고 영양소 결핍이 걱정되어 비타민을 전달 위해 양모에게 가정방문이 가능한지 문자를 보냈다. 양모는 내일 수술 일정이 잡혀 있어 당분간 집에 누구를 초대하기 힘든 상황이며, 금주에 양가 어머님이 댁에 계시기 때문에 더욱 가정방문이 힘들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상담원이 왜 수술하는지 묻자 내용은 이야기하기 꺼려하여 치료를 잘 받고 조만간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였다. (2020년 9월 21일)
양모가 수술을 받으면서 양부모는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코로나 사태로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더니 양모가 수술을 하면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자 그제야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집 원장은 오랜만에 정인이를 보자마자 "아동의 영양 상태가 불량하다"며 소아과로 데려갔고, 담당 의사는 바로 112에 신고했다. 9월 23일 세 번째 신고다.
#(아보전) 담당자는 상담원과 통화한 날, 양부와 통화하여 25일 아동과 함께 만나기로 하였는데 23일 아동학대 신고가 재접수되었다고 하였다. 양모의 수술로 인해 아동을 그 주부터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는데, 아동의 체중이 800g~1kg 정도 감량이 되어 23일 아동 학대가 의심되어 분리조치 시키고자 경찰과 아보전 조사팀이 입양가정을 방문하였다고 하였다. 방문 당시 양부모는 억울해하며 많이 울었고, 양부와 동행하여 소아과 진료를 보았는데 입안에 상처가 있었다고 하였다.(2020년 9월 28일)
하지만 양부모 주거지에 동행 출동한 학대예방경찰관(APO)과 아보전 직원은 "신체의 상처 등 학대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며 현장 회의를 통해 정인이를 다른 병원에 데려가서 진료를 받게 했고, 추후 필요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협의한다.
이후 경찰과 아보전은 "아동 입안 질병이 양부모의 학대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고, 아보전에서 사례관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로부터 약 20일 뒤 정인이는 결국 숨졌다.
정인이가 마지막으로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 실려 왔을 때는 뇌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었다. 사인은 '소장과 대장 장간막열창, 췌장이 절단돼 이로 인한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이 유발된 복부 손상'이었다. 또 지속적인 학대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후두부, 좌측 쇄골, 좌·우측 늑골 등 발생 시기가 다른 골절 흔적이 7군데 이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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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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