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겹 천막속 의료진 "옷 네겹 입고 버텨..'고맙다'에 힘나"

이소연 기자 입력 2021. 1. 8. 18:07 수정 2021. 1. 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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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불어온 강풍에 입간판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고속터미널역 검사소에서 시민 권모 씨(59)는 검사를 마친 뒤 의료진에게 연신 "고생 많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권 씨는 "홑겹 천막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고맙다는 말뿐이라 미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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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영하 18도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속에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과 구청 직원들이 추위에 핫팩과 히터에 의지한 채 검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어디선가 불어온 강풍에 입간판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하얀 천막과 현수막은 윙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펄럭거렸다. 천막 안을 들여다보니 바깥과 다름없는 추위와 소음만 가득했다. 쓰러진 입간판을 세워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최저기온이 영하 18.6도까지 떨어진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지하철7호선 고속터미널역 앞.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이곳 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해온 의료진 장모 씨(63)는 손목에 테이프를 둘둘 말고 있었다. 방호복 안으로 파고드는 한기를 견디다 못해 방호복과 장갑 사이의 빈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 장 씨는 “지금 장갑을 세 개나 겹쳐 꼈는데도 손가락 마디마디가 감각이 없다”고 전했다.

8일 오후 영하 18도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속에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과 구청 직원들이 추위에 핫팩과 히터에 의지한 채 검사를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날 선별검사소는 추위로 또 다른 어려움에도 봉착했다. 빙점이 낮은 알코올 소독제마저 얼어붙어버린 것. 천막 안 라디에이터에 올려두고 급히 필요한 소독제부터 녹여 쓰는 일마저 벌어졌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A 씨는 “간호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뒤 지원했다”며 “방호복 속에 옷을 네 겹이나 껴입었는데도 여전히 춥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참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열악한 처지를 고려하면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 하지만 이날 청량리역 검사소만 해도 오전 11시부터 시민 100여 명이 검사를 받으러 올 정도라 문을 닫기도 어렵다. 방역당국은 일단 한파가 극심한 7일부터 나흘 동안은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를 오전 11시~오후 3시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위에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발열조끼와 귀마개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가워진 의료진의 몸과 마음을 녹이는 건 시민들의 응원이었다. 고속터미널역 검사소에서 만난 장 씨는 “그나마 가끔씩 지나가던 시민들이 응원해주면 그걸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양천구의회 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신지연 임상병리사(25)도 “한 시민이 7일 고생한다며 사탕과 빵을 사들고 왔다”며 “손발이 너무 시리지만 시민들의 마음이 전해져 견딜 만하다”고 전했다.

고속터미널역 검사소에서 시민 권모 씨(59)는 검사를 마친 뒤 의료진에게 연신 ”고생 많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권 씨는 ”홑겹 천막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고맙다는 말뿐이라 미안하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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