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관·外人 번갈아 폭풍매수..빚투 20조 넘어 '증시 뇌관'

박성호 기자 2021. 1. 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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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K증시]
■3,150도 뚫은 코스피
양대 증시 하루 거래액 60조
시총 10위 중 7개 종목 신고가
"과열따른 변동성확대 조심을"
코스피지수가 급등세를 타며 3,100 선마저 돌파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오승현기자
[서울경제]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6일)

“경기회복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7일)

새해 초부터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는 국내 증시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이 잇따라 경고성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급등세를 타고 있다.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처음 3,000 선을 돌파한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또 120포인트 넘게 오르면서 3,100 선마저 돌파했다. 미국의 블루웨이브(미국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는 것)가 현실화되면서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자동차·2차전지·반도체 업종에서의 호재가 맞물리자 외국인들이 대거 증시로 ‘유턴’한 것이 지수를 또다시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파죽지세인 증시를 타고 신용 융자액도 처음으로 20조 원을 돌파하는 등 ‘빚투’ 역시 빠르게 늘고 있어 향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증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3월 24일 이후 가장 큰 폭인 120.5포인트(3.97%) 오르면서 3,152.18까지 치솟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2,100조 원을 돌파했으며 코스닥 시장 시총을 포함할 경우 국내 증시 전체 시총은 2,500조 원을 넘어섰다. 이날 양대 증시 거래액도 60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는 등 거래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한동안 매도세를 유지했던 외국인들이 돌아오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 6,49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전에는 순매도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방향을 전환해 2011년 7월 8일(1조 7,200억 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 부양책 확대에 따른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는 점이 외국인의 ‘유턴’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005930)(6,052억 원)를 비롯해 현대차(005380)(2,633억 원), 카카오(035720)(2,588억 원), SK하이닉스(2,472억 원), NAVER(035420)(1,627억 원) 순으로 사들였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15위 종목까지는 모두 상승했으며 시총 10위권 내 52주 신고가를 새로 쓴 종목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051910)·현대차·삼성SDI(006400)·카카오·현대모비스(012330) 등 7개에 달할 정도로 대형주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개인은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매물을 대거 쏟아내면서 5,61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 1,451억 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강세가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다”며 “외국인이 전기·전자 및 금융업, 화학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수로 돌아서자 지수는 3,100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 들어 개인과 기관·외국인이 번갈아 순매수 주체로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장 중 3,000을 기록한 5일 개인들은 7,283억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장 중 처음으로 3,000 선을 넘게 했고 7일에는 기관이 1조 원을 사들이면서 종가 기준 3,000을 넘어섰다.

특히 이날 증시는 블루웨이브로 인한 경기 부양책 확대에 대한 기대 심리에 국내 증시를 이끌어나가던 2차전지·자동차·반도체 업종에 호재가 드러나면서 수직 상승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시장의 전망치(9조 6,000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4·4분기 영업이익 실적(9조 원)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7.12% 급등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글로벌 확산으로 주가가 폭락한 뒤 반등했던 지난해 3월 24일(10.47%)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이다. 4·4분기 실적은 저조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올해 실적이 상향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올해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 같은 데다 유동성이 엄청나게 들어오면서도 밸류에이션 배수가 상향 조정 중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애플의 전기차 생산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그룹주와 밸류체인에 속한 부품주 등 관련주가 모조리 급등했다. 특히 이날 하루에만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17조 원 이상 급증했다. 현대차 시총 역시 8조 5,000억 원이 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시총 5위에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블루웨이브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정책 강화로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2차전지 업종도 초강세였다. LG화학은 3.85%, 삼성SDI는 5.87% 올랐으며 SK이노베이션(096770)은 7.6% 급등해 시총 13위까지 올라왔다.

코스피지수가 3,000을 넘어선 후 단기 급등한 만큼 투자자들이 주가 수준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은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3,150까지 오르면서 기우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증권가에서는 과열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증시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과열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과 금리 상승, 미국 민주당 정부의 기업 규제 강화 등의 악재가 나올 경우 이를 빌미로 증시가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20조 1,223억 원으로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섰다. 올 들서만 4거래일 동안 1조 원 가까이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5월만 해도 10조 원에 불과했으나 7개월여 만에 ‘빚투’가 2배 급증한 셈이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갑작스럽게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변동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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