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논란 휩싸인 변호사시험.. 응시자들 "고사장마다 기준 달라" 반발

김민정 기자 2021. 1. 8. 17: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 법전에 줄을 긋는 행위에 대해 각 고사장별로 허용 여부가 달라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수험생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5일 변호사 시험 응시생들이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일부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시험 시간에 법전 메모를 해도 괜찮다. 형광펜을 써도 괜찮다"고 공지했다. 과거 치러진 시험에서는 시험 시간에 매번 감독관이 법전을 배부했고, 법전에 메모(밑줄) 등 그 어떤 표시도 허락되지 않았다.

실제로 법무부는 시험이 치러지기 전인 지난 2일 ‘논술형 시험에 제공되는 시험용 법전은 그 시험 시간이 종료되면 답안지와 함께 제출해야 하고, 4일 동안 사용되므로 다른 사용자를 위해 낙서나 줄긋기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공고를 냈다.

그러나 일부 고사장에서는 법전에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도록 하면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응시자가 배부된 법전을 반납하지 않고 계속 볼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빗발쳤다. 일부 응시자들은 빠르게 법조문을 찾아 답을 적어야 하는 변호사시험에서 고사장별로 허용 기준이 달라져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법무부에 항의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지난 7일 오후 법전에 줄을 긋는 것은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응시자들의 불만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도리어 법무부가 당초 시험을 앞두고 공지한 기준을 뒤집어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많다.

수험생 박모(35)씨는 "판례 키워드만 표시해서 답안지에 써도 점수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는데 고사장마다 조치가 달랐다"면서 "지금부터 줄긋기를 모두에게 허용한다 해도 이미 이틀간 시험을 치른 상태여서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나"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수험생 김모(29)씨는 "보통 처음부터 끝까지 법전을 읽고 시험을 치르는데, 미리 조문을 찾아 표시하고 핵심 문제를 적어 놓은 학생은 시험 시간도 줄고 정확도도 올라갈 것"이라며 "시험 성적에 엄청난 차이를 줄 수 있는 문제인데 법무부의 안일한 해명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 학생 일부는 쉬는 시간에도 법전에 밑줄을 치는 행위를 봤다며, 이는 부정행위와 다름이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쉬는 시간 동안 응시자가 법전에 밑줄을 치지 않는지 매시간 영상을 촬영해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스쿨 재학생과 변호사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애프터 로스쿨’ 일부 캡처. /독자 제공

한편 법전 사용에 대한 형평성 논란에 이어 변호사시험 문제 일부가 연세대 로스쿨의 모의시험 해설 자료와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제가 된 변호사시험 문제는 한 지자체가 복합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종중 소유 임야를 수용하자, 종중 대표가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 법무법인에 상담한 가상의 회의록을 제시했다는 내용이다. 연세대 로스쿨 모의시험 문제 해설 자료도 지자체가 종중 소유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토지수용위원회의 결정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법리적 논거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성민 지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해당 학교 교수가 출제위원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외부와 접촉 후 문제를 출제했다는 것밖에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법무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제위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오는 11일 법무부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할 예정이다.

이처럼 이번 변호사시험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갖가지 논란이 일자, 현직 법조계 관계자들도 주무 기관인 법무부의 시험 관리에 허술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방효경 피엔케이 변호사는 "8일부터 법무부가 법전 밑줄 긋기를 허용했어도 이미 이틀간 치러진 시험에서 어떤 불공정 행위가 발생했는지 파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변호사시험 문제가 유출된 것도 이름만 바꾼 수준의 동일한 문제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