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이 벌면 한쪽은 잃는 증시..투자 성패, 심리편향에 달렸다

서정원 2021. 1.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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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 모건 하우절 지음 /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 펴냄 / 1만9800원

지난해 3월 19일 코스피가 1457.64로 떨어졌을 때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불과 300일도 안 돼 갑절 이상 뛴 건 물론이고, 심지어 장중 3000선까지 돌파하리라고 말이다. 전례 없는 상승장에 모두가 행복한 분위기다. 일확천금의 꿈을 품에 안고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모건 하우절의 저서 '돈의 심리학'은 이런 때 책상 한편에 두고 틈날 때마다 읽어봄 직하다. 하우절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0년 넘게 글을 썼고 지금은 벤처캐피털 컬래버레이티브펀드 파트너로 있는 경제 전문가다. 수많은 부자를 만나 보고, 또 수많은 경제 기사를 써봤던 그가 돈을 다룰 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잘못된 행동 원인, 편향, 결함 중 가장 중요한 20가지를 정리해 책에 담았다. 2018년 보고서 형태로 블로그에 올려 큰 호응을 얻었고 내용을 보강해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출간했다. 재테크에 대한 높은 관심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불과 4개월 만에 번역돼 출간됐다.

트로이의 멸망을 예언했던 카산드라처럼 비관론을 얘기하는 자들은 미움을 받게 마련이건만 하우절은 굴하지 않고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1929년 대공황 때 큰돈을 벌었던 트레이더 제시 리버모어 얘기를 소개한다. 주식시장 트레이더라는 직업 자체를 사람들이 제대로 모를 때 트레이더가 됐고, 이미 30대에 현재 가치로 1억달러(약 1100억원) 재산을 갖고 있던 리버모어는 주식시장 역사에 최악의 달 중 하나로 기록됐던 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 된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공매도를 해뒀기 때문이다. 하루 만에 그는 30억달러 정도를 벌었다.

불과 4년 후 리버모어는 과거의 재산이 무색하게 나락으로 떨어진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갈수록 과감한 베팅을 했고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됐으며 결국 주식시장에서 모든 것을 잃고 파산했다. 1940년 그는 맨해튼 한 호텔에서 권총으로 삶을 마감한다.

저자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잃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라고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선 리스크를 감수하고, 낙천적 사고를 하고, 적극적 태도를 가져야 하지만,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겸손해야 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리버모어는 돈을 버는 재주는 있었지만 돈을 잃지 않는 능력은 없어 파산에 이르게 된 셈이다. 책은 '생존'이 전략의 기본이 돼야 하며 오랫동안 살아남는 능력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한다.

워런 버핏이 좋은 예다. 저자는 버핏이 어떤 잘못들을 하지 않았는지에 주목한다. 빚에 흥분하지 않고, 패닉에 빠져 주식을 팔지도 않았고, 한 가지 전략·트렌드에 집착하지 않으며 살아남은 게 성공 비결이라고 본다. 대신 책은 '복리의 마법'을 활용하라고 권한다. 단기간에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시장수익률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강세장 시기에 현금 보유 조언도 눈길을 끈다. 주식 수익률과 이자율 격차 때문에 현금을 들고만 있어도 손해를 본다는 사실은 하우절도 인정한다. 그는 이때 현금을 쌓아두면 약세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 덕분에 좋지 않은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주식 파는 일을 한 번 막는 것이 평생 수익률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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