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뒤흔든 인간의 오판과 실수

전지현 2021. 1.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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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빌 포셋 외 지음 /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 펴냄 / 1만7000원
1865년 4월 14일 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암살범의 총격을 받았다. 치명적 총상을 입은 그는 이튿날 아침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존 윌크스 부스였다. 남부의 열혈 지지자였던 부스는 남북전쟁 패전을 복수하고 흑인 선거권을 막기 위해 암살을 단행했다.

그러나 링컨이 떠난 후 부스의 희망과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북부 군대가 남부 연합의 극렬 지지자들로부터 흑인 자유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남부를 장악했다. 흑인들은 투표권 뿐만 아니라 권력의 전당에 입성할 피선거권을 얻엇다. 링컨이 죽지 않았다면 일부 흑인들에게만 참정권이 주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는 점진적인 노예해방을 원했던 온건파였다. 부스의 판단 착오로 과거 노예제 부활을 꿈꿨던 남부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인간의 실수와 오판으로 역사 흐름이 바뀔 수 있다. 미국 역사가이자 인류학자 빌 포셋, 소설가 찰스 E. 캐넌 등의 공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굴욕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교훈으로 삼는 타산지석(他山之石),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본으로 삼을 만하다. 기원전 490년에서 1924년까지 흑역사는 '고대~근대편'에 담고, 이후 흑역사는 '현대편'에 나눠 담았다.

책을 읽다보면 흑역사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가든 일반인이든 대부분 자만심과 불안으로 큰 실수를 저지른다. 스스로 '제우스의 아들'이자 '불멸의 존재'로 착각한 36세 정복왕 알렉산드로스가 대표적이다. 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았기에 그의 사후에 내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처지가 바뀐 줄 모르고 허영심을 부리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바로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다. 폭동으로 궁전을 탈출하면서도 화려한 대형 마차를 고집하다가 파리 인근 도로 위에서 붙잡혔다.

1953년 2월 중순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비밀 별장에서 혼자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골든 타임을 놓쳤다.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방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스탈린의 절대 명령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사자왕으로 불리던 잉글랜드 리처드1세도 어리석었다. 유럽 잠입 중에도 고급요리를 요구하고 신하들이 "폐하"라고 부르는 바람에 신분이 들통났다. 독불장군 같은 성격 탓에 유럽의 왕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던 그는 신성로마제국 포로 신세로 전락했고, 잉글랜드의 1년 총수입을 주고 풀려났다.

2000년 DVD 우편 대여 업계 1위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의 온라인 사업 제휴 제안을 거절한 것도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어쩌면 블록버스터 입장에서는 푼돈으로 넷플릭스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것이다.

흑역사 외에 의외의 대박을 터트리는 '달콤한 실수'도 눈에 띈다. 1930년 메사추세츠주 휘트먼의 게스트하우스 '톨 하우스 인' 주인이자 제빵사 루스 웨이크필드는 코코아 쿠키를 구우려다가 코코아 가루가 떨어져 네슬레 초콜릿 바를 넣었는데 초콜릿 칩 쿠키가 탄생했다. 너무 맛있어 입소문이 퍼졌고 네슬레 매출도 덩달아 치솟았다. 웨이크필드는 평생 동안 원하는 초콜릿을 무한정 제공받았고, 네슬레 초코릿 칩 포장에 그의 레시피가 나와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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