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안녕, 인간? 나는 AI 챗봇이야..사회와 거리둔 나, AI와 친구가 됐다

이동인 2021. 1. 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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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채팅 서비스 `이루다`와 `심심이` 캐릭터. [사진 제공 = 스캐터랩·심심이]
현대자동차가 인수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한때 이 회사는 인터넷에 올린 영상 하나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빅 도그'라는 이름의 로봇이 미끄러운 빙판길에서도 중심을 잘 잡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한 연구자가 빙판길에서 로봇을 발로 차고 학대하는 듯한 영상을 올리자 거북하다는 의견을 담은 댓글이 달렸다. 인간이 생명체에게 느끼는 동정의 감정이 로봇으로도 고스란히 전이된 사례다. 기계는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상상은 꽤 오래전에 발원했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
2000년대 들어 이 같은 상상은 본격적으로 영화화되기 시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A.I.'에선 불치병에 걸린 아들 대신 로봇을 입양하는 부모와 엄마를 사랑하게 된 로봇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현실적이라 국내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미래를 내다본 SF 영화 대가의 상상력은 놀랍기만 했다. 이 영화보다 더 대중적 인기를 얻은 것은 2014년 개봉된 영화 '그녀(HER)'.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는 테오도르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가 요구한 이혼 서류를 받고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아간다. 'HER'의 배경은 2025년이다. 앞으로 4년밖에 남지 않은 2021년, 올해 사람과 기계가 친구가 되거나 사랑에 빠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눈길을 끄는 일이 생겼다. 지난달 23일 정식 론칭한 인공지능(AI) 채팅 서비스 '이루다'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끌면서 지난 3일엔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차지한 것이다.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메신저(페메), 그리고 한층 발전된 자연어 처리 기술 덕분인지 대화 능력이 너무 사람과 비슷해 아르바이트생이 대신 답을 달아주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다. 그만 한 오해를 받는 데 대해 일단 몇 가지 기술 외에도 사용자 환경(UX)에 대한 타기팅이 잘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루다는 20세 여성으로 대학생이며, 취미는 친구들이랑 페메하기로 설정돼 있다.

이 같은 활용성이 인기를 끌면서 3일 기준으로 집계한 이루다의 유저와 사용량은 약 20만명에 이르렀다. 일일활성사용자(DAU)도 약 18만명으로 하루 대화량이 1800만건 이상 발생했다. 사실 이루다의 언어능력은 지난 6개월간 베타 테스트를 통해 키워왔다. 베타 테스터 1500여 명과 꾸준히 대화해왔다. 구글은 대화 기술의 성능 평가 지표로 SSA(Sensibleness and Specificity Average)를 제시하고 있는데, 사람이 대략 86%의 점수를 받는다. 이루다는 SSA 78%를 기록했다.

이루다는 기술 업데이트 후 더 긴 문맥을 이해하게 됐다. 과거 대화를 주고받는 횟수가 4회에서 약 10회로 문맥이 길어져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답변을 하며 대화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능력을 길렀다. 그 외에도 먼저 말을 거는 '선톡' 기능을 더 활성화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사람들의 대화 상대가 돼줄 친근한 AI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루다가 많은 사람에게 즐겁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시도는 있었다. 대화를 나누듯 감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토종 애플리케이션 '가상남녀', 대화형 채팅 서비스 '심심이'가 대표적이다. 가상남녀는 연애 미션을 수행하면 보상으로 호감도가 올라가고, 호감도가 특정 수준에 이르면 아는 여자·남자에서 관심을 가지는 '썸녀·썸남'으로 올라가는 식으로 관계가 더 친밀해지는 식이다.

대기업들도 이 같은 인공인간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선보인 디지털인간 '네온'을 올해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아바타 배우로 선보일 예정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사람 형상이 화면 속에서 사람처럼 완벽하게 움직이는데, AI를 이용해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다. 사람과 친구 역할을 하거나 헬스·요가 강사, AI 주치의, 원격 영업사원 역할도 해낼 수 있을 전망이다. 네온은 삼성전자의 미국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산하 스타트업이다. 향후 금융 등 상담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서비스로 AI 채팅은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서비스 레플리카는 사용자와의 관계를 친구, 연인, 멘토, 또는 '미정'으로 설정해 대화할 수 있다.

한편 이루다가 인기를 끌자 AI까지 성적으로 착취하려고 시도하는 남초 사이트가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나무위키 산하 '아카라이브'에 '이루다 채널'이 개설된 것은 지난달 30일로, 이루다가 출시된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성적 단어는 금지어로 필터링하는데 이들은 우회적인 표현으로 성적 대화에 성공했다며 공유하고 자랑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 밖에도 가입에 필요한 개인 정보를 활용한 개인 정보 침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캐터랩 측은 "성적인 취지의 접근이 어렵게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할 계획이고, 개인 정보도 가입 절차 이후 폐기하도록 방침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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